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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r 07. 2024

SNORT

콧방귀


[SNORT] AD in CHINA, 2014. 3. PHOTO by CHRIS


타인의 말에 콧방귀를 뀌고 싶을 때 눈깔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내면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한바탕 흙먼지를 뒤집어쓰곤 적나라한 소통을 심심하게 긁적여본다.




요즘처럼 색깔 논쟁이 과한 정치판을 보면 네온사인 유치뽕이다. 욕심 많고 성질 가득한 어른들. ‘삼시 세끼 꼬박 처먹고 나이는 뒷구멍으로 먹었다’는 말이 어울린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옛날 옛적의 빨갱이와 파랭이가 돌아다닌다. 우리의 태극기는 빨강과 파랑이 조화롭게 있는 태극이지만 건곤합일은 고사하고 저렇게 개떼처럼 물어뜯고 조화롭지 않은 모습은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두 달 전 정초에 한 프랑스 채널에서 한반도 긴장을 설명하는 보도를 내면서 우리나라 태극기 중앙의 태극 문양을 빨강으로만 칠해서 일장기처럼 내보낸 일이 있었다.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이 항의해서 영상을 내리긴 했지만, 제국주의 일본의 친구 프랑스의 한 그래픽 디자이너가 빨간 젠(ZEN) 스타일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디자이너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그 기술자에게 ‘멍청하면 삼대가 고생한다’는 속담을 전해주고 싶다.



행정안전부의 105주년 3.1 절 기념 홍보포스터도 그렇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상해에서 시작했는데 만두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도 없다’는 신채호 선생님 말씀을 한 번도 안 들은 사람들만 뽑았나 보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건 행정을 하는 사람이건 정치를 하는 사람이건 역사와 철학은 기본 소양이다. 안이건 밖이건 우매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림들, 사진들, 쪽지들, 종이 나부랭이들. 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다. 시간이 지나니 어디서 이들과 함께 했는지 기억의 미로를 헤매어봐도 희미한 것들이 있다. 모자이크 조각이 되어버린 시간들을 바라보며 현재의 순간도 붙여본다. 돌아보니 십 년 전에도 정신없이 살았다. 가끔 나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겠다. 한국에 오고 나선 글을 거의 적지 않았다. 이전에 한바탕 내뱉은 것들만 보기 좋게 가위로 잘라 올려놓곤 했다. 거리의 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살다 보면 점점이 박힌 보석 같은 이야기가 튀어나올 때가 있다. 시선을 뗄 수 없게 하는 그런 장면 앞에서는 코웃음도 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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