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하다는 생각보다는 뜨악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영화 <악의 꽃>은 불안하고 어두운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인 타락, 이중적인 내면을 반영하고 있는 샤를 보들레르 (Charles Pierre Baudelaire)의 시, 《악의 꽃 Les Fleurs du Mal》을 상기시킨다. 부유하고 평화로운 가족의 어두운 비밀을 파고 들어가면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상류 사회의 이면 뒤로 엉켜버린 심리와 일그러진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 계층을 뚫고 위로 향해 올라갈수록 시체들로 수명을 연장해 온 식인 선인장의 고약한 입냄새와 마주하는 것이다. 화려할수록 강력한 독을 품고 있는 악의 꽃들과 식충 식물들의 다채로운 색감은 현란한 자세로 인간들에게 경고를 알리고 있다. 가깝고 친근한 곳에서 악의 얼굴은 손쉽게 피어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