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LA FLEUR DU MAL

<악의 꽃> The Flower of Evil

by CHRIS
LA FLEUR DU MAL, Claude Chabrol, 2003


붉은 카펫 드리워진 저택을 보라,

축제의 서막이 열리는가?

거품이는 샴페인과 꿀 같은 샹송

누추한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

계단 돌아 골목을 들어가 보니

붉은 실밥이 우두커니 솟아 있구나.

ATTENTION!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숨어있단다.

널브러진 저 메기는 불청객이야!

손가락에 핀 악의 꽃같이!


3년의 공백과 3분의 탄로,

들고 나른 짐가방에 할머니 키스

이곳엔 무덤덤한 시간이 비밀인 건가?

어머나, 이 집에 비밀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

오빠네 아빠와 나의 엄마가 함께 자는 사실이 이상한 거지.

해로운 전단지도 유치하지만 가문의 수치는 암흑만이 묻을 수 있네.

오누이의 입맞춤은 야릇해진다.


C와 V가문 자녀들은 반항을 했네,

나치의 레지스탕스라도 된 것처럼.

불량배가 숨 쉬는 벤치에서 필라의 열쇠는 금빛 소리네.

집안의 불길한 전통이 살아 숨 쉰다.

귀밑머리 쓸어주는 혈육의 정,

경박한 잔-다르크는 어디 갔는가?

뮤슈, 사나운 개들을 피해봅시다.

마드모아젤, 가난한 종자들은 언제나 시끄러우니.


위선은 우리 문명을 대변해 왔고

가식은 거짓말을 이어주었네.

감춰진 희망과 현실의 혼동

갑갑했던 발자국은 극우파의 식탁에 식욕증진용!

보름달이 해변에 드리워지면

환상이 스크램블 되어간다네.

모두가 덫에 걸린 WEB

모두를 막아버린 LAWS


죄라는 게 뭔 재민가,

학문용의 기다란 리포트 밖에?

트뤼플의 냄새 맡은 숫퇘지야,

위스키에 절어서 사악해졌나?

시간을 장롱에다 몰래 숨겨두고서

영원한 현재가 흘러가는 밤.

비밀이 감추어진 어느 저택에

밤새도록 파티가 무르익는다.

과거의 시간은 감기어가고

같은 시간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부역한 주름살에 눌은 노래로

붉고 진한 악의 꽃처럼!


2005. 4. 17. SUNDAY



기발하다는 생각보다는 뜨악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영화 <악의 꽃>은 불안하고 어두운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인 타락, 이중적인 내면을 반영하고 있는 샤를 보들레르 (Charles Pierre Baudelaire)의 시, 《악의 꽃 Les Fleurs du Mal》을 상기시킨다. 부유하고 평화로운 가족의 어두운 비밀을 파고 들어가면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상류 사회의 이면 뒤로 엉켜버린 심리와 일그러진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 계층을 뚫고 위로 향해 올라갈수록 시체들로 수명을 연장해 온 식인 선인장의 고약한 입냄새와 마주하는 것이다. 화려할수록 강력한 독을 품고 있는 악의 꽃들과 식충 식물들의 다채로운 색감은 현란한 자세로 인간들에게 경고를 알리고 있다. 가깝고 친근한 곳에서 악의 얼굴은 손쉽게 피어난다는 것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BROKEBACK MOUTAIN, I SW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