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IN THAILAND

<로스트 인 타일랜드 人再囧途之泰囧> : 囧

by CHRIS
[囧: 근나리자의 비애] SEOUL. 2024. 4. 6. PHOTOGRAPH by CHRIS


중국 젊은이들이 잘 쓰는 말 중에, 난감한 일을 당했을 때 머리를 한대 얻어맞고 눈 튀어나올만한 ‘띠용’과 비슷한 발음의 ‘지옹(囧 jiǒng)’이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 창문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한자이지만, 글자의 모양이 당황하거나 난처한 얼굴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요즘엔 '난감함', '당혹스러움', '멘붕'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당혹스러운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때 뭐라 표현하기 난감한 상태는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 한국사람도 좋고, 중국사람도 좋고, 태국사람도 좋고, 미국사람도 좋고, 우리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시간을 갈아치운다. 어제보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내일의 계획을 세우며 현재를 정리하고 이전의 불편한 관계를 제거하며 오늘을 만들어간다.


중국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단순히 개인의 유머감각을 넘어서 문화권의 차이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웃음이 터지는 시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중국인들 모두들 웃고 있는데 나 혼자 멍하니 잠에 취해있다던지, 나만 웃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는 자체가 외계에 떨어진 듯한 오싹한 느낌을 던져준다. 빛나리 아저씨 쉬정(徐峥)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로스트 인 타일랜드 (타이지옹) : Lost in Thailand 人再囧途之泰囧>은 경쟁이라는 필연과 우연한 만남이 얽혀있는 인생의 순간들을 슬랩스틱 코미디와 농도 짙은 인간적 유머를 배치하여 풀어낸다. 정신없는 중국식 희극 속에서 머리를 담그고 있다 보면 머나먼 여행을 통해 우리들이 궁극적으로 찾으려고 했던 것은 성취나 승리와 같은 이기적 유전자가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과 같이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한 감정이라는 깨달음으로 돌아오고 만다. 영리한 중국판 덤 앤 더머 시리즈 <타이지옹 人再囧途之泰囧>은 흡사 서유기처럼 인생의 최고법전은 험난한 고생의 길 속에서 당신의 옆에 있음을 온몸을 훑는 코미디로 설명해 낸다.


사람들은 중소규모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타이지옹 人再囧途之泰囧>이 2012년 12억 6천 위안(약 한화 2300억 원)의 최고강도 수익을 올린 중국영화로서 그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할지 모른다. 인디아나 존스의 통렬한 즐거움이나 툼레이더의 섹시한 기계적 탐험은 없지만, <타이지옹 人再囧途之泰囧>은 최근의 중국영화들이 웃음에 대한 자신들의 철학을 중국 특유의 사적 관계 테두리에서 발전시키고, 인생가치에 대한 동질감을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지옹(囧 jiǒng)'의 언어로 설명한다. 희극배우로서 나름의 몸짓드라마를 표현했던 쉬정(徐峥)과 바보연기의 달인 왕바오치앙(王宝强), 밉살똑똑이 스머프 황보(黄渤)가 버무려낸 중국식 똠양꿍 배달피자는 중국영화가 홍콩스타일의 응석적인 코미디와 할리우드 방식의 깨알재미 모험심을 한데 섞고서 그 안에 중국만의 콘텐츠, 중국인이 바라보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을 가미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선언한 셈이다. 이리 살던 저리 살던 어찌 됐든 간에, 영화제목처럼 우리네 인생사 정말 짱나는 여정이다.


2013. 7. 12. FRIDAY




머피의 법칙처럼 한번 꼬이면 계속 꼬이는 인생도 있다. 밥을 시켜놓고 정면으로 눈을 꽂자마자 보이는 근육질의 여자, 미소만이 아니라 얼굴이 사라진 모나리자는 키치했다.


"멋진데! 인쇄한 건가요? 근데 얼굴이 왜 없어요?"

"모나리자의 사촌 근나리자(勤那裡者)라고. 일하면서 여기저기 문대고 몇 번 빨았더니 얼굴도 사라졌어요. 작업복으로 대충 입다가 쓱 닦고 버리려고요."


요즘처럼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경기 관련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세계의 패권적인 형태가 새롭게 형성되는 시기엔 되는 일도 안된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작업 스케줄을 소규모로 줄이면서 길게 살아남는 것이 장땡이다. 사람들과 일하다 보면 개별적으로 볼 때는 괜찮은데 함께 섞어놓으면 소음이 많고 스스로 정리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단독으로 보면 부족한데 함께 섞어놓으면 결손을 때울 정도로 보합이 되고 그 부족함도 활용도나 투자 대비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개성을 잘 취합하여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므로 일단 나부터 오래 살아남아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하게 내일을 말하기가 난감한 시절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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