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ULT NOSTALGIA

요시모토 나라(NARA YOSHIMOTO), 키덜트, 회귀(回歸)

by CHRIS
요시모토 나라의 그림은 키덜트 문화와 밀접해 보인다


일본의 아티스트 나라(奈良 美智, Nara Yoshitomo)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보여주기 위한 그림은 보여주지 않는 곳에서 태어난다. 만드는 것에 대한 무한한 열정… 혼자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게 되죠. 어린 시절의 추억. 나를 현재 있게 한 것들. 작가는 기억을 더듬어 옛날을 발견하고 자신을 찾아가면서 그림이나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죠. 다툼이 있는 곳에서 평화라는 개념이 떠오르게 됩니다. 평화로운 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평화가 무엇인 줄 모르죠. 균열이 생겼을 때야 홀로 떨어진 외로움과 슬픔을 알게 되고 모순과 부딪치는 행동에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다툼이 없는 곳으로의 회귀로. 평화, 안식으로의 깊이 있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요시모토 나라의 그림들은 주변 아이들의 패션이 일본색에 치중되어 있어 간혹 접하기는 했었는데 그의 이야기를 듣긴 처음이었다. 몇 년 전,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 화제가 됐을 때 글을 보고는 입맛에 안 맞아 관심이 확 떨어져 버려서 그가 일러스트를 그렸는지도 주목하지 못했다. 그의 그림들과 삽화들은 마음에 닿도록 아름답진 않았지만 나라가 뿜는 열정과 순수해 보이는 웃음이나 진지한 듯하나 툭 던지는 듯한 가벼움은, 바라보았고 바라볼 세상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만드는 행위와 작품들은 감상자의 위치에서 쉽게 접근해도 어렵게 다가가도 무방하지만 항상 같은 뉘앙스를 지니는 건 스스로를 사장시키는 오만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내심 마음이 불편하다. 요즘엔 말 잘하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 것일까. 진짜 그들의 생각일지 궁금할 정도로. 세상을 알고 있는 매끄러운 감각의 혀는 그 어떤 유혹보다도 달콤하다. 아이들이 단맛에 민감한 이유는 혀에 분포된 미각세포가 어른보다 덜 마비됐기 때문이겠지.


2005. 3. 9. WEDNESDAY



"카와이!"


귀엽다는 의미의 일본어 카와이(可愛い, かわい)는 평소에 자주 쓰지 않는 단어이다. 음식에도 옷에도 물건에도 사람에게도 귀엽다를 남발하는 일본 사람들을 보면 어떤 점을 보고 귀엽다고 말하는 것인지를 전혀 알 수가 없다. 귀엽다를 예쁘다고 여기는 일본 사람들의 취향과는 확실히 먼 편이다. 선량함보다는 사악함이 삐딱하게 박혀있는 커다란 눈과 볼때기에 불만이 가득한 나라의 소녀들은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우연히 보다가 미술관 속 그의 그림을 스쳐가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곧 이십 년 전 어느 날 적었던 감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홀로 있는 시간이 길다 보면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고독한 순간에 시간의 화살을 과거로 향하는 사람과 미래로 향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현재의 상념에 묻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명상에서는 그 어떤 생각도 하지 말 것을 권한다. 오직 코끝에 의식을 두고 호흡에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하라고 한다. 생각을 내려놓기 위해 생각을 하지 말라고 전제를 깔았을 때 사념의 개미떼들이 바쁘게 온몸을 기어가면서 눈꺼풀과 관자놀이를 거쳐 귓가와 입가를 참지 못할 정도로 간질거리게 만든다. 눈을 감으니 온갖 잡다한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파도처럼 사라진다. 이미 지나간 것들은 더 이상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더 이상 그때의 내가 아니다. 회상에 대한 관념 또한 덧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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