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보들레르, <이방인>
자네는 누구를 제일 사랑하지, 수수께끼 같은 사람아, 말해봐?
너의 아버지냐 어머니냐 누이냐 아우냐?
나는 없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아우도.
네 친구들이냐?
당신이 지금 한 그 말의 뜻을 나는 오늘날까지 몰라.
네 조국이냐?
나는 몰라, 어느 위도에 조국이 있는지.
미인인가?
나는 미인을 기꺼이 사랑할 거야, 영원불멸의 여신이라면.
황금이냐?
나는 황금을 미워해, 마치 당신이 신을 미워하듯이.
그래! 그럼 넌 뭘 사랑한단 말이야. 이 괴짜 이방인아?
나는 구름을 사랑해... 흘러가는 구름을... 저기.. 저 아름다운 구름을!
<L'etranger, Charles Baudelaire>
난 이방인(異邦人)이다. 보들레르에 의한다면 말이다. 고개를 들어 구름을 보았다. 흘러가는 구름선(船)에 몸을 실어버리려다가 티켓이 없어서 그만뒀다. 쉽게 탈 수는 없었지만 새털구름과 꽃구름은 기억한다. 모두 눈 안에 넣어뒀다.
2004. 9. 9. THURSDAY
감기인지 기침이 잦다. 목구멍이 간질거리고 머리에 열감도 있다. 몸이 으슬거린다. 성대에 굵은 돌덩이가 지나간 듯이 무겁고 따갑게 거슬린다. 하나를 버리면 하나를 채우게 되는 도돌이표 생활.
창문 밖 뿌연 하늘은 연한 회색빛이다. 구름 한 점 없는 창공. 유리창으로 부서지는 햇살이 사면에서 쏟아진다. 맑을 수 없는 혼탁함이 폐까지 파고든다.
자동차 바퀴가 연달아 지면을 비껴가며 빗소리와 열차 소리를 동시에 낸다. 이방인의 얼굴로 바라보는 이국적인 풍경은 정상적인 호흡방식도 잊게 한다. 오늘도 흡수될 수 없는 깜박임을 혼전하는 중이다.
눈만 잠시 붙이는 생활을 며칠 반복했더니 시야가 맑지 않다. 시력이 떨어지면 피곤하다는 소리인데 어깨의 찌뿌둥한 결림을 뒤로하고 개운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눈이 뻑뻑하고 따끔거려서 잠시 눈을 감고 어둠에 몸을 맡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