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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FORTABLY NUMB

편안한 무감각

by CHRIS
[Comfortably Numb, Real Mind] 2025. 4. 3. CHINA. PHOTOGRAPH by CHRIS


편안한 무감각은 살아가면서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어느 정도 주변에 곰팡이가 산발하여 피어있고 돈은 벌리지 않지만 굶을 정도는 아닌 그런 저런 상태의 무감각은 머리를 돌아가게 만들지 않는다. 남들처럼 똑같이 할 거라면 굳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길을 택할 필요가 없다. 적당한 수준으로 적당하게 만족하며 적당히 살아가면 된다.

상황이 안 좋으면 생존본능이 살아난다.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살갗을 덮은 털끝이 한올씩 살아나는 느낌은 기분이 침연하게 가라앉을 때 다가온다. 상황이 최악으로 넘어갈 때까지 하나씩 의문스럽게 질문을 던지며 상대방의 대답을 듣고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습관은 버려지지 않는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위해 끌고 갈 장식이 무거우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늘어놓는 늘어진 가지들은 바짝 다듬어야 한다. 삶의 절박함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남은 것이란 맨몸의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에게서 드러난다.

긴장할 정도로 가용성의 조건들을 모두 쏟아 넣고 나면 퇴로가 없다. 결과가 안 좋으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행동하게 된다. 열 번 스무 번 백번 천 번 만 번 확신이 설 때까지 다른 강도와 다른 방법으로 부딪혀볼 필요가 있다. 움직이기 위한 시점은 모든 것이 아래로 가라앉은 순간이다. 재료와 방식을 선택했다면 지켜보는 여유를 거두고서 행동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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