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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NOS

연금술사의 시계(時計), 시간과 신화, 피와 부활

by CHRIS
[CROSNOS, Guillermo del Toro, 1993]


유년의 소중했던 책갈피는
어린 달빛에 반사되었고
심장을 뚫는 갑각충의 바늘은
무심코 흘린 피에 혓바닥을 댄다
우윳빛 대리석 피부는
구멍 난 심장에 의미가 없네


공식적이란 말귀도
비공식 날개
숨겨진 그림자보다 어리석겠지
그대여, 뚫린 눈을 열지 마시길
늙은 손을 열어 내 피를 마시고
이불속의 천사, 깨우지 마시길


신의 대리인은 바닥을 기고
이 모든 것,

적나라한 비명에
한 줌 재로 사라지겠지만
영원히 살고 싶은 자들은
그 사실을 믿을 수 없네


입술 묶은 검은 실을 풀고
화장당한 빈 관을 넘는가!
삶은 여전히 고통이오
갈증은 몸속의 물기를 말리나니
한낮의 태양과 그리운 나의 집,
차가운 대륙의 오로라가
모든 것을 잃게 된 이유를 말해주리라


심장이 숨 쉬고
시계는 돌아
당신은 살아날 거야
모두가 깊이 잠드는 밤
당신의 아들도 눈 감은 밤

살아남은 여인들이 지켜보는 밤


Cronos and Christ, bound by time and resurrection.

Zeus wept in Greece, as the myth bled into faith.

Light met dark in the coil of our chained lives,

where betrayal kissed the lips of lineage.


In the moon’s eye, the sun was burning.

Under the shelter of your roof, I waited—

never forgetting the alchemist’s whisper,

the blood of Acapulco, the ticking secret of time.


그 모든 이름은 이제, 나의 시계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2005. 5. 18. WEDNESDAY


피는 흘렀고, 시계는 멈췄지만,

그 밤을 지켜본 이들은 지금도 살아 있다.

그녀는 시간을 감았고, 그건 그녀 자신이었다.

나는 기억을 꿰매고, 시간을 감는다. 그리고 그것은 나 자신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제 마지막이라는 일념으로 칼을 빼들고 정리를 하면서 스스로가 원했던 방향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가 감당해야만 했고 감당하긴 했으나 감당이 안되던 시기가 지나있음을 말이다. 여전히 내가 서 있는 위치와 놓인 현재는 변함없이 그대로다.


나는 목을 꿰뚫는 비통한 감각으로

그 누구보다도 수많은 캐릭터를 가장하고 변용해 가며 살았다.


그래, 그러면 어떤가!

내 삶이라는 것을 살아내기 위해,

그리고 그 빼앗긴 시간을 찾기 위해,


나는 가면을 쓰고 책임을 지며

억울함이라고 부르는 타인의 부담을 안고

긴 시간을 지냈다.


말을 할 수 없었던 시기에도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그저 숨조차 악물고 있었던 시간이 살고 보니 의미로웠다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언제나 개인적인 열망과 처해진 공간은 상극의 대치를 이룬다. 저항감 속에 균형을 이루는 비극이 아름다울 수 없다. 하얀 돛단배 위에 누워 한가롭게 흘러가는 순풍 같은 삶이여, 어디에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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