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or of Consciousness] 2013. 8. 29. PHOTOGRAPH by CHRIS
시간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으로 흘러간다. 타인과 사건들이 마찰하는 하루, 특별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 무덤덤한 일상과는 반대로 개인의 내부를 이루는 것은 일반적으로 한 인간을 설명하는 사회적인 상태나 외부적인 조건에 놓여있지 않다. 나는 타인이 나를 설명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설명해 보기로 했다. 외적인 삶의 형태나 사건의 만남을 서술하는 자서전과는 다른 내부적인 흐름이 존재하는 의식론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사고를 관찰하고 마음을 살펴보고 감정의 동요를 지켜보는 과정은 내부의 창을 열고 스스로와 거리를 가지는 객관화의 작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가치 있는 생을 유지하는 인간의 조건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물질적인 풍요나 외부적인 환경에 놓여있지 않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거나 그들의 평가에 반응함에도 놓여있지 않다. 세계의 변화를 인식하는 의식의 흐름을 한 물길에 묶어두고 내 안의 존재가 변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그 핵심에 있다.
사물의 본질이놓인 세계 속에서 삶의 보람과 자존감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힘들이지 않는 기쁨과 희생하지 않는 삶. 기대감 없는 하루와 대가 없는 내일. 그런 것은 있던가? 삶의 무료함은 자기라는 끈을 놓을 때 발생한다. 무정한 자신을 내려놓더라도 내 안의 편협함과 타인에 대한 질시를 버려야 할 것이다. 힘들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것과 살면서 중요한 사실들에 대해 놓치지 않는 삶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가능한 것인가.성격과 습관과 기호와 감정이 드러나는 시간의 서사에서 세상과 사람을 어떻게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또한 삶에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빛이 있으면 그 뒤엔 끝없는 빛만이 있을 것 같지만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없다면 밝음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때 이른 날씨의 급격한 변화에 온몸이 수축되는 기분을 느낀다. 계절에 익숙하지 않은 저조한 온도감이 사고를 마비시킬 수도 있음을 체감한다.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것들에 알고 있는 고상함은 반응하지 않는다. 지나쳐버릴 사소한 것들마저 덧없고도 소중한 건 왜일까. 말하지 않으면 묻혀버릴 이야기들 앞에서 이렇게 주절거리고 싶은 것은 생각이 주어진 이래로 발설 본능을 타고났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