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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r 04. 2024

JETZTZEIT

PRESENT, 지금 이 순간

[JETZTZEIT] 2007.01. NOTEPAD. MEMENTO SKETCH by CHRIS



"우리 시대에서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친척, 친구나 애인의 사진만큼 큰 관심을 가지고 관찰되는 예술작품은 없을 것이다." 인류역사 속에서 현대 시간을 고찰하며, 알프레트 리히트바르크(Alfred Lichtwark)



인간사회의 일원인 내가 인간에 대한 염증과 회한으로 몹시 가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깊은 궁금증을 놓지 못한 채 계속적인 관찰을 하는 이유는 그 이면에 호기심을 넘어선 어떤 믿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애증의 희비와도 같은 변증법적인 말투인데 가끔 흘러간 말들 속에서, 어떤 사물 속에서, 새로운 공간 속에서, 분절된 시절이 떠오르면 마들렌(Madeleine)의 촉촉함으로 '의지적 기억(MeMoire Volontaire)'을 부연하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 Marcel Proust)》의 주인공, 마르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마들렌(Madeleine)은 단순히 달콤한 과자의 맛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추억의 질료이다. 흘러간 과거는 이지의 영역이나 그 이지의 영향권을 벗어나 어떠한 하나의 구체적인 대상 속에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이 어떤 대상 속에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줄기차게 그런 대상에 부딪히게 될지, 아니면 한 번도 만나지 못할지는 우연의 문제이다."



젊고 건강했던 부모님의 모습이라던지, 머나먼 여행지에서 찍은 스무 살의 싱싱한 내 얼굴, 손을 꼭 붙잡고 하루를 기념하던 친구들과의 한 때가 수백 수천 만원 하는 골동품보다 더 값지게 느껴지곤 한다. 자주 꺼내보지도 않고 사진첩 속에 소중히 보관해 두는 정도 또한 아니지만 그 빛바랜 조각 속에 남겨진 장면들은 오늘이란 시간을 젖게 하고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온 생애를 누비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화자인 '나'도 '되찾은 시간'을 이렇게 서술한다.



"내가 지금 작품 속에 강하게 선명하게 부조(浮彫)로 새겨 넣으려고 계획하고 있는 것은 육체와 합쳐진 그 '시간'의 관념, 사람과 단절되어 있지 않은 과거의 세월 관념이었다. 인간의 육체가 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격렬한 고통을 맛보게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과거의 시간을 그 안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추억, 많은 환희, 많은 욕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육체에서 이미 지워져 없어졌지만, 가장 소중한 육체를 시간의 권내에서 연장시켜 바라보고 있는 남자에게는 정말 잔혹한 일이다. 남자는 그 육체에 격렬한 애착을 느끼고 그의 파괴를 원할 만큼 그리워한다. 왜냐하면 죽은 후 '시간'은 육체에서 물러가버리고 무관심하면서 빛바랜 갖가지 추억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여자로부터 지워져 없어지기 때문인데, 지금 아직도 그 회상에 괴로워하고 있는 남자에게서도 얼마 후에 추억은 지워져 없어지고, 살아있는 육체의 욕망조차 활기 넘치지 못하게 될 때, 마침내 멸망해 버릴 것이다."



몸은 지금에 서 있는데, 머릿속의 그 무언가는 과거에서 누워있다는 사실은 이상한 경험이다. "공간의 기하학이 있듯, 시간의 심리학이 있다."라고 말하는, 현재에 살면서 과거를 찾아 헤매는 어리석은 마르셀과 주인공과 책 속의 화자인 '나', 그리고 또 하나 관객이면서 지금 실존하는 나. 후회를 일삼는 삶의 방황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헤매던 내가 걸어도 걸어도 지칠 때 광대하고도 자상한 추억의 광장에서 소중한 시간의 무릎을 베고 눕게 만든다. 너무도 그리워했던 그가 사랑스러운 눈길로 세월에 켜켜이 바랜 나의 귀밑머리를 쓸어준다면 구름이 가득 찬 하늘을 바라보며 잊고 있었던 그날들이 현기증을 느낄 새도 없이 하나씩 하나씩 유연한 그의 손길을 따라 흘러들어올 것이다.


선물 같은 날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TODAY] 2019.05. PHOTO by CHRIS


익히 알고 있고, 특별할 것 없는 오늘이지만, 어제가 쌓여 오늘이 되고, 오늘이 흘러 내일이 다가오기에 오늘만큼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날일 것이다. 오늘은 'PRESENT'라고 한다. 선물일 수밖에 없는 오늘. 귀하게 여겨야겠다.


카메라를 들고 순간을 찍는다는 것은 시절의 영혼을 사로잡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마음을 어루만지던 연장은 카메라도 있었다. 여비를 마련하려고 미련 없이 팔아버렸지만. 내던진 지 십칠 년이 넘었는데 다시 집을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 시간'이라는 단어만큼 무거운 것이 있을까? 

삶에 대한 묵직한 책임감을 던져주는 울림이다.


Is there anything as weighty as the phrase 'the present moment'? 

It resonates with a profound sense of responsibility towards life.


2013. 9. 17. TU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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