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 선조 그리고 '도깨비' 왕려의 간신 박중헌
그 시간 동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조직의 운명은 리더의 능력보다,
리더의 귀에 들어가는 말이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돌아보면
일보다 사람을 더 많이 배웠다.
특히 리더라는 존재를.
좋은 리더도 만났고,
아쉬운 리더도 만났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리더의 능력만이 아니라
리더의 곁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리더에게 인재를 소개한다.
누군가는 리더에게 인재를 의심하게 만든다.
이 작은 차이가
어떤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어떤 조직의 방향을 바꾼다.
23년 동안 조직에서 일하며
나는 이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그래서 문득 역사와 드라마 속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조선의 왕 세종과 선조,
그리고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속 이야기다.
세종에게 장영실은
신분이 낮은 기술자가 아니었다.
그는 나라의 미래를 바꿀 인재였다.
조정 대신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기생의 아들에게 관직을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종의 판단은 단순했다.
“장영실의 기술을 따를 자가 없다.”
세종은 출신이 아니라 능력을 보았다.
그리고 능력이 확인된 사람이라면
끝까지 믿고 맡겼다.
그 신뢰 속에서
앙부일구, 자격루, 측우기 같은 발명이 탄생했다.
세종의 리더십을 설명하는 말이 있다.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의심 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한번 썼다면 끝까지 믿어라.
리더가 부하의 뛰어남을
위협이 아니라 자산으로 볼 때
조직은 성장한다.
하지만 역사에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 왕도 있었다.
임진왜란을 지켜낸 장군
이순신.
하지만 왕 선조의 마음은 달랐다.
백성들은 장군을 영웅으로 칭송했다.
그 순간 왕의 마음에는
시기와 두려움이 자라났다.
조정에는 장군을 시기하던
원균과 일부 대신들이 있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참소를 올렸다.
결국 이순신은 체포되어 고문을 받고
백의종군 처분을 받는다.
나라를 구한 장군이
왕의 의심 때문에 무너진 것이다.
세종이 장영실의 능력을
국가의 확장으로 보았다면
선조는 이순신의 능력을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로 보았다.
리더가 부하를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로 보는 순간
조직의 비극은 시작된다.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고려의 장군
김신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다.
백성들은 그를
신(神)처럼 존경한다.
하지만 왕의 곁에는
간신 박중헌이 있었다.
박중헌은 칼을 들지 않았다.
전장에 나간 적도 없다.
그는 오직
말로 싸웠다.
“백성 위에 왕이 있고
왕 위에 신이 있다 하니
그 신이 바로 김신이라 합니다.”
그 한마디는
왕의 마음에 비교와 열등감을 심는다.
그리고 결국
왕은 나라를 지킨 장군에게
역모의 죄를 내린다.
칼보다 무서운 것은
어쩌면 리더의 귀에 들어가는 말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세종 같은 리더는 드물다.
하지만 박중헌 같은 사람은
조직에서 꽤 자주 만난다.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데는 능하다.
누군가의 뒤에서 말을 만들고
누군가의 평판을 깎아내리고
리더의 귀에 의심을 심는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조직에서 살아남는다.
23년 동안 조직에서 일하며
나는 이런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그리고 리더의 옆자리는 누구의 자리여야 할까.
역사를 보면 답이 보인다.
세종의 곁에는 장영실이 있었고
선조의 곁에는 원균이 있었다.
드라마 속 왕의 곁에는
장군 김신이 아니라
간신 박중헌이 서 있었다.
리더가 누구를 곁에 두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도
조직의 미래도
완전히 달라진다.
그 간
나는 수많은 리더를 보았다.
훌륭한 리더도 있었고
두려움에 흔들리는 리더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졌다.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은 무능한 리더만이 아니다.
리더의 귀 옆에서 속삭이는 한 사람일 때가 더 많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기대한다.
인재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짜 리더를.
그리고 그 리더의 곁에서
사람을 헐뜯는 말이 아니라
사실과 성과를 말하는 사람을.
조직에는 리더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리더의 옆자리에 설 사람도 필요하다.
세 치 혀로 사람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아니라
묵묵히 일을 하는 능력있고 겸손한 사람이
리더의 곁에 서는 조직.
그런 조직이라면
누군가는 억울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는 능력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리더의 귀에
사람을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 아니라
조직을 살리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조직의 미래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