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현장의 리더십은 이렇게 다를까?
지금의 경직되고 모함이 넘치는 조직에 회의를 느끼며
진정 바라는 리더십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시선이 머문 곳은 의외로 K-팝의 무대였다.
처음에는 그저 화려한 퍼포먼스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략을 연구하고 조직을 현장에서 겪어온 사람의 눈으로 들여다본 그들은 전혀 달랐다.
자본도 인맥도 부족한 중소 기획사에서 출발해
세계 시장을 제패한 그들의 성장 과정은,
철저히 ‘인적 자원의 경쟁 우위'에 기반한 전략의 교과서였다.
특히 그 중심에 선 리더들의 모습은
내가 오랫동안 이론으로 접해온
서번트 리더십
심리적 안전감
임파워먼트 조직
비공식 리더십
을 살아 있는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나이와 직함이라는 완장을 차고
뒷말과 모함, 비선 보고에 휘둘리는 조직의 리더십에
지쳐있던 나에게
이 젊은 리더들에게서
우리 조직이 잃어버린 ‘진짜 전략’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23년 동안 조직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목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전략 실패가 아니었다.
정치였다.
모함이 사실을 대신했고,
뒷말이 공식 보고를 대신했으며,
비선이 조직 시스템을 대신했다.
의사결정은 데이터보다
누가 누구와 가까운지에 의해 움직였다.
그리고 많은 경영진은
이 정치의 구조를 끊지 못한 채
오히려 그 흐름에 휘둘렸다.
그 결과 조직은 이렇게 변했다
책임은 흐려지고
신뢰는 사라지며
실행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 구조 속에서 리더는
전략가가 아니라 정치적 균형자로 변해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와 정반대의 장면이 바로 K-팝 팀 안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곳에서는 리더가 정보를 독점하지 않았고,
책임을 회피하지도 않았으며,
구성원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리더는 가장 먼저 부담을 끌어안고,
성과와 칭찬은 멤버들에게 양보하며,
가장 많이 말하는 자가 아닌 가장 많이 듣는 사람이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현실 조직과 K-팝 팀의 격차는
시스템의 차이가 아니라 리더가 선택한 태도의 차이라는 사실을.
이제 그 구체적인 모습들을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RM은 언제나 팀의 가장 앞에 선다.
글로벌 인터뷰, 위기 상황, 비판의 순간마다
그는 팀을 대신해 말하고 책임을 흡수한다.
조직행동론에서 말하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핵심 리더 행동이다.
리더가 책임을 모을수록
구성원은 두려움 없이 실행하게 된다.
현실 조직에서 내가 흔하게 봐왔던 흔한 모습은 이와 반대이다.
책임은 아래로 내려가고
리더는 방어막 뒤에 숨으면서도
오히려 하위 직급자를 비난하였다.
소연은 팀의 음악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다.
그녀는 사람을 관리하는 리더가 아니라
가치를 설계하는 전략 리더이다.
이는 기업 조직에서 말하는
‘비전 중심 리더십’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치형 리더는 사람을 통제한다.
전략형 리더는 방향을 제시한다.
팀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때
구성원은 통제 없이도 움직인다.
13명의 대형 팀에서
에스쿱스는 앞에 서기보다 뒤에서 밀어준다.
그는 리더의 역할을
“멤버들이 잘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전형적인 서번트 리더십이며,
현대 조직의 핵심 전략인 임파워먼트 구조이다.
성과는 통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성과는 자율성에서 나온다.
하지만 정치 중심 조직에서는
권한을 나누는 순간 권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이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블랙핑크에는 공식 리더가 없다.
그러나 멤버들은 지수를
가장 의지하는 중심으로 꼽는다.
이는 조직에서 가장 강력한 형태의 리더십인
비공식 리더십이다.
직함은 권한을 주지만
신뢰는 영향력을 만든다.
많은 조직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직함 중심 리더는 많지만
신뢰 중심 리더는 드물다.
현재의 조직에서 직원들은 상급자의 직함을 빼앗기 위해 모함하고 비난하며
이를 경영진이 수용한다.
신뢰가 없어지고 권위만 남는다.
조직에 불신이 팽배하고 성과는 나지 않는다.
23년 동안 현장에서 얻은 결론은 단순하다.
차이는 세대도, 산업도, 능력도 아니다.
리더가 무엇을 지키려 하느냐의 차이이다.
정치형 리더는
자리를 지키려 한다.
전략형 리더는
조직을 지키려 한다.
그래서 전자는
정보를 통제하고
비선을 두고
뒷말을 활용한다.
반면 후자는
책임을 흡수하고
신뢰를 축적하며
시스템을 강화한다.
이 차이가 결국
조직의 생존력을 갈라놓는다.
오랜 시간 조직의 흥망을 지켜보며
나는 한 가지 진리를 확신하게 되었다.
진짜 권위는 직함이 아니라 실력에서 나오고,
진짜 리더십은 입이 아니라 귀에서 완성된다.
모함과 뒷말은
잠시 권력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든 적은 없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오늘 한 말은
조직을 살리는 전략이었는가,
아니면 나를 갉아먹는 정치였는가.
그 답은 언제나
우리 자신의 양심이 가장 먼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