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받는 상처와 위로
지인의 카톡 프로필 글이 유독 마음에 와닿아 잠시 가져왔습니다. 미처 허락을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좋은 글을 나눠준 지인에게 깊은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 글을 나 자신과 대화하며 그 의미를 음미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믿는다는 건사실,
세상이 나를 알아봐 주기 전에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리고 믿음은 현실을 바꾸는 힘이 있어서
조금씩, 천천히, 믿어주는 만큼 세상도 따라옵니다.
잘하고 있다고,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말할수록 삶의 무게가 줄어듭니다.
이 세 단락의 글귀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 더욱 깊이 자리 잡았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겪어온 경험들,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과 맞물려 더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세상이 나를 알아봐 주기 전에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첫 문장은, 타인의 인정에 대한 나의 오랜 갈증과 불안감을 정확히 짚어냈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기란 불가능하다. 나이가 들면서는 더더욱, 사람들이 나를 조금만 무시해도 서운하고 쉽게 삐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접받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드는 것도 아마 내 경험과 쌓아온 시간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리라.
예전에 공자님이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성내지 않으면 매우 군자다운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씀하신 것을 곱씹어 보았다. 참으로 맞는 말씀이지만, 그 군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심지어 공자님 본인도 제자가 왕에게 신임을 얻어 재상으로 진출했을 때 인간적으로 서운해하셨다는 일화를 듣고 나니 더욱 와닿았다.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론으로는 쉬워도 현실에선 참 지난한 싸움이다.
두 번째 단락 "믿음은 현실을 바꾸는 힘이 있어서 조금씩, 천천히, 믿어주는 만큼 세상도 따라옵니다."라는 문장에서는, 그 '조금씩, 천천히'라는 말의 이면에 숨겨진 엄청난 시간의 간극을 보았다. 이 믿음이 현실로 드러나기까지는 때로는 10년, 20년이라는 긴 시차가 존재하기도 한다. 눈앞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그 오랜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더라도 임계점을 지나 기존의 신념과 반대로 가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종종 목격하지 않나. 이는 '나 자신을 믿는다'는 선언이 얼마나 엄청난 인내와 용기를 요구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청문회 스타로 주목받았지만 대통령 당선되면서 잠깐 드디어 세상이 인정하는구나 했으나, 임기 내내 수많은 비판과 어려움에 직면하셨다. 비로소 돌아가신 후에야 그에 대한 진정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그 믿음의 결실이 맺히는 시차가 얼마나 길고 힘든지 깨달았다. 그래서 '힘든 일'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단기적으로 열 번 잘하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그 한 번으로 비판받고 질책받아 마음쓰리고 회의감도 들고 그 상황에서 평상심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렵지만, 길게 보면 그게 쌓이고 쌓여 신뢰가 형성되고 나면 흔들리지 않는 인간관계형성되는 것이 세상인심인 듯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각자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거지만, 저는 노조간부를 하는 10여 년 동안 절절히 경험한 듯합니다!
하지만 이 글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전하는 가장 큰 위안은 세 번째 단락에 있었다. "잘하고 있다고,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말할수록 삶의 무게가 줄어듭니다."
나는 젊었을 때 자신감이 별로 없었다. 연애도, 직장도, 인간관계도 늘 불안했고, 스스로를 제대로 다독여주지 못했다는 후회가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그때는 몰랐다. 굳이 엄청난 부자가 되거나 남들이 우러러보는 지위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나쁜 마음 안 먹고 나쁜 짓 안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라는 걸. 젊을 때는 나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몰라서 막연한 불안감에 쫓기듯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세상이 나를 알아봐 주든 그렇지 않든, 외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나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어', '이만하면 충분히 노력했어',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이 말들이 쌓여 나의 자존감을 단단하게 만들고,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는 것을.
이 깨달음이야말로 내가 인생을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지혜 중 하나이다. 이제라도 나를 믿고, 나의 속도를 존중하며,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이 나에게 그랬듯, 다른 누군가에게도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