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시대의 서막, 열성 지지자의 회고
제가 노조 전임을 시작할 때가 2002년 민주당 경선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어요. 저는 민주노동당 당원이었지만 노무현 후보를 적극 지지하였습니다. 대전에서 후보 경선이 있으면 응원도 가고, 노사모에 가입한 건 아니지만 모임에 가끔 나가기도 하고, 유시민이나 명계남 씨가 강연하면 가서 듣기도 하였습니다. 나름 노무현 후보 열성 지지자였죠. 그리고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노동계에서도 기대가 높았고요.
# # 2003년 철도 파업 전야, 극적 합의와 갑천변의 밤
2003년 4월 20일, 철도는 파업 전야에 극적으로 노사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대전 지역 파업 전야제는 갑천변에서 진행되었죠.
밤낮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합의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새벽 5시쯤이 되어서야 합의문이 완성되었습니다ㆍ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박태엽 부본부장이 무대에 올라 합의문을 낭독하는 순간, "합의 반대" 외침과 함께 물병이 날아들었습니다. 밤샘에 지친 노조원들은 야유를 퍼붓고 흩어졌습니다. 그 광경을 보며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듯한 배신감과 허탈감에 휩싸였습니다. 새벽 동이 틀 무렵 갑천변에는 간부들만 남아 뒷정리를 해야 했습니다. 널브러진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저녁 늦게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 # 모범적인 합의문, 엇갈린 반응 속에서 발견한 진실
다음 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야 합의문을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합의문은 87년 이후 노동계가 이룬 단체협상 중 최고라는 평가였습니다. 2월에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도 관심을 가졌고, 철도공사 측은 청와대의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획기적인 합의안이었습니다. 그제야 우리가 헛된 일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월요일, 출근 후 현장 분위기는 더욱 놀라웠습니다. 토요일 새벽 물병을 던지던 조합원들은 물론, 사측에서도 격려를 보내주었습니다. 어리둥절하면서도 묘한 안도감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군중심리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그 속에서 진실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 ### 조직 개편과 새로운 총무국장
420 합의 이후 지방본부는 2002년 파업으로 파면된 김상문 본부장님이 사퇴하고, 전상운 본부장님이 새로 선출되었습니다. 지방본부도 조직 개편을 하여 조사국장이던 저는 총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