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고 슬픈 순간의 선택

내가 할 수 있는것

by 오이오

이번 주말에는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어렸을때 살던 집에 있었다. 그리고 부엌에서 엄마가 잔뜩 짜증이 나서 아빠 흉을 보고 있었다. 나는 엄마가 있는 부엌을 찾아 헤매다가 엄마를 발견하고 뒤에서 끌어안고 안심시켰다, 왠지 모든게 나때문인거 같아서 자신이 없었지만....

꿈에서 깨니까 엄마가 나한테 결혼문제로 추궁을 했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나를 만나겠다고 하는 남자도 없는데 이제 어떡할거냐고.

그리고 나에 대해 여러가지 표현들을 했다.

또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도 여러가지로 얘기했다.

그리고 좀 충격적인 얘기도 제안 했다. 나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로 지내다 오후 늦게가 되어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때 했던 생각.

내가 지난 3년간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했던것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답을 내려왔던 것들, 내가 애써서 겨우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가 용기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포기하고 책임져야하는 걸까?


나는 너무 힘들어져서 일순간 상상했다.

'엄마가 하라는대로 나 자신을 팔아 치우듯 명령이 떨어진 사람을 어떻게든 용써서 붙잡고 어떻게든 참아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 내가 파멸을 피할 수 있을까?'

-> gpt에 물어보니 이것은 탈출 환상이라고 한다.

나는 습관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상상을 하려다 멈췄다. 맞아, 세상일이 그렇게 쉬웠으면 나는 왜 그동안 그렇게 점점 더 큰 문제에 또 직면했던건데? 그때도 엄마 말 잘 들었었는데...


나는 일단 스스로를 추스르는게 먼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 엄마가 했던 여러 표현과 예측이 진실인지 아닌지, 엄마가 나에 대해 내뱉은 그 감정들이 어떤것인지 상상하기 전에 나 자신이 에너지가 고갈되어버리면 그것 또한 탈출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이 날도 꿈을 꿨다.

어디 다친 사람처럼 얼굴이 온통 얼룩덜룩하고 부어있어서 거울을 보고는 깜짝 놀라는 꿈이었다.

이 날은 어제 회복하기 시작한걸 토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따지고 있었다. 어디까지가 내가 행동할 수 있는 부분인지 나는 다른 사람의 개입 없이 내 입장만으로 결론을 내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이상은 쳐다보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 날 저녁에 나는 같은 문제로 다시 한번 추궁을 당했다.

무서웠다.


예전의 나는 위협을 당하면 그 위협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었다.

나는 이 위협의 정체가 너무 두려워서 자동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에너지를 전부 써버리고는 했다. 그렇게 바닥을 한 번 찍는것이다.

그런데 이 날은 문득 이것이 남들은 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지난 3년간 혼란을 겪으며 세상에 대해 알고자 했던 경험들이 쌓여서 든 생각인거 같다.

-> gpt에 물어보니 이건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일종의 생존 전략이라고 한다.

네 뇌가 지금 하는 일: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충분히 상상해 두면
실제로 닥쳤을 때 덜 아프지 않을까?”

으음...정확하다. gpt는 이걸 '통제 가능한 절망'을 선택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나는 그래서 잠들기 전에 생각했다.

내가 이런 생존전략을 택한것은 그동안의 내 삶에 몇가지 조건들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선택한것일거라고.

그런데 지난 날의 인생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이 전략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럼 그렇다면 ...비록 지금 갖춰진 조건은 한결같이 똑같아도, 내가 다른 전략을 쓰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게 평범한거잖아?


그래서 나는 내 인생에 갖춰졌던 그 '조건'들과 나를 분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내 머릿속에 있는 가족구성원에 대한 것이었다.

원망 하지 않아, 원망 하지 않아...

물론 이 모든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걸 알아야하니까 비난으로부터 나를 지키려면 원망할 수 밖에 없지만,

원망하고 있으면 그 대상에 대한 생각이 더 커지잖아?

내 머릿속에서 이 사람들의 지분을 없애야하는데? 내가 이 사람들과 완전히 분리되어야 하는데?그래서 원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월요일 아침.

아침이 되어 일어나자 무의식중의 불안과 무력감이 올라왔는지 극도의 피로와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모든게 너무 두렵고 슬픈것이었다. 세상이 다 끝나서 어떤 일을 해도 무의미하다고, 지금까지 내가 애써서 긍정해왔던 나 자신이 이제 다 끝나버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한시간 정도 지나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나를 괴롭히고 때리던 남자아이가 있었고, 반 아이들과 함께 나를 왕따시켰던 선생님이 있었다.

왜냐면 나는 느리고 약하고 작았기 때문이다. 나는 자기관리가 잘 안되는 아이였다.

그들에게는 아마 정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나를 괴롭혀야만 하는 이유, 나를 그렇게 대해도 되는 이유.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정당한 논리가 있었을 것이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것은 괴롭힘이나 죄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가 있어도 그게 남을 괴롭혀도 된다는 근거는 못된다.


나는 이런 일은 선악을 불문하고 모든 인간에게 적용될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삶을 뒤돌아보면...나는 여자아이로서 가장 가능성이 많던 시기였던 20대에 분하고 두렵고, 슬픈 마음으로 골방에 처박혀 있던 시간들이 많았다. 그때 나는 엄마랑 오빠에게 어떠한 정당한 이유로 상처를 잔뜩 받았고 , 그들은 그것이 상처를 준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상처받아서 하는 행동을 "이상하게 구는 것"이라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내가 받은 상처를 감당하는 것에 나의 길지도 않았던 20대를 전부 썼던거 같다.

내가 가장 후회되는건 그때 엄마랑 오빠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것, 그래서 벽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거다. 그때 내가 그들의 행동이나 말을 그냥 무시해버리고 세상에 나가서 좋은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았다면, 또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무시해버리고 나에 대해 긍정적인 것에만 반응했다면 지금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져있었겠지?

나는 그 시절에 만났던 다른 아이들이 왜 그토록 긍정적이고 확신에 차있었는지 알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번 당한거 두번을 당할까?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엄청난 사태인게 아니라, 이미 과거에도 당했던 괴롭힘과 방해를 똑같이 받고 있을 뿐이니까.

내 안에 36년동안 만들어진 가족의 논리나 가치관을 빨리 비워버려야겠다.

왜냐면 이 세계관 안에서 나는 쉽게 패배자가 되고, 눈 떠보면 누군가의 고장난 분신이 되기 일쑤였으니까.

내가 이 세상에서 벗어나면 최소한 지금까지 보다는 무조건 행복할거잖아?

그리고 나는 제2의 가족을 만들어야겠다. 내 인생이 지금의 방식에서 벗어나는데 엔진을 달아줄...그런 사람을 가족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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