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도 거르는 조현병 환자

조현병이 방패가 되는 일도 있나

by 코알코알

3월 둘째 주, 길거리에서 심리상담을 해준다며 접근한 젊은 두 남녀가 있었다. 카페에서 보자던 그 두 사람은 친절하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심리상담을 해준다면서 나에게 mbti를 물었고, 애니어그램 테스트를 같이 해보자고 하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카페의 스터디룸에서 그들을 만났다. 나를 위해 카페를 빌렸음에도 꽤 비싼 커피숍에 넓은 스터디룸을 빌렸다. 긴장해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나를 위해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점은 이상하게 그 사람들의 니트에 보풀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마치 결벽증을 앓는 것처럼 정갈한 니트에 신기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신은 애니어그램 6번 유형인 사슴 유형이에요. 신기하게도 5번 날개와 7번 날개를 균형 있게 쓰시네요.”

이어진 대화는 즐거웠다. 요새 마음이 허했었는데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정신병원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 내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눈앞의 여자분이 조금은 놀라웠다. 그들은 내 지루한 이야기를 30분 동안이나 듣고, 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물어봤다.


그들은 계속 내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도 심리상담 수업에 대해서 언급했다. 세상의 진실을 알려준다나? 나는 이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리상담이나, 대인 관계,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 알려준다고 했다. 눈치가 꽤 빨라 보이는 여자분이 말씀하셔서 더 신뢰가 갔다. 이상하게도 그런 말에 귀가 솔깃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것은 병 때문인지 사람 때문인지 모르겠다.


따뜻하고 밝은 카페에서 유일하게 고립된 스터디룸에서 계속해서 대화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왜 굳이 스터디룸을 빌리면서까지 내 심리에 대해서 파악하고 싶어 했을까. 아무리 대학 과제라고 접근했었으나, 지금은 생각한다. 수업에 대해서 언급하는 순간 벗어나야겠다고 말이다.


아무튼 정신병원도 아닌 곳에서 내 마음을 짚어낸 사람들에게는 이미 내 많은 정보가 있었다. 사는 집이나, 전공하고 있는 것 등 여러 가지를 말했다. 어쩌다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병에 대해서 말이 나왔다. 제가 병이 있어서요. 그러자 그들은 친절한 얼굴로 말해보라고 했다. 별거 아닌 병에 대해서 말할 줄 알았겠지만, 나는 조현병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조현병이 있어서요.”



놀라지 않은 척을 했겠지만, 놀랐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은 평온했으나, 정적이 흘렀다. 활발했던 여성분은 아무 말이 없었다. 말을 거들어 주던 차분한 남성분 또한 마찬가지였다. 얼마 동안의 정적은 스터디룸의 밖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더 크게 만들었다.


조현병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조용히 멀어지거나 과하게 친절해지거나. 이 사람들은 전자였다. 그들이 말했던 수업은 며칠 뒤 갑작스레 취소되었다. 학교 앞에서 수업을 모집하는 사람들은 바뀌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그 수업에 대해서 모집하고 있었다.


그들은 단호했다. 보풀이 있으면 떼는 것처럼 그들의 인생에서 지워진 것일까? 다시는 인생에서 마주칠 수조차 없는 것일까? 단정한 옷차림에 붙은 보풀같은 존재가 되었던 것일까?


그러다 동아리원들과 함께 그 일을 이야기했다.


“그때 그 일 뭐였을까?”


“언니, 그거 몰라요?”


“뭘?”


그것은 사이비 종교의 이야기였다. 사이비라고 아주 유명하다는 이야기. 순간 안도와 한숨과 당혹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내가 사이비를? 그때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고기를 뒤집어야 했었다. 멍때리고 있다가 고기가 바짝 익는 소리가 나자, 나는 깜짝 놀라 뒤집었다.


내가 사이비를? 그 전에 더 놀라운 것은 조현병이 나를 구한 셈이라는 사실이었다.

조현병 때문에 힘든 일도 많았었지만, 이번만큼은 조현병 때문에 사이비도 피해 갔다. 그러니까…. 이건 감사해야 하는 건가? 조현병을 숨기고 싶었던 순간들도 많았으나, 이번 일은 드러낸 덕에 피할 수 있었다.

고깃집에서 나와 반짝이는 별을 보았다. 술에 조금 취했어도 정신은 말짱하다. 그런데 헛헛한 마음은 술로도 채울 수가 없었다. 나는 그날 저녁, 밤까지 산책했다. 아주 늦은 밤이 되어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 샤워하면서도 그 일이 떠올랐다. 샤워할 때 물줄기는 세차게 내 머리를 치고 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샤워 줄기를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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