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라면 글이 하루에 몇 편씩 올라오고 예약 글도 비축해 두어야 하는데, 요새 글을 못 올린 이유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인베가 부작용이 있었다. 또 인베가 부작용을 막기위해 먹은 피임약 부작용이 둘 다 동시에 터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부정 출혈이 2주째 진행되기 시작, 이건 단순한 생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병원에 가게 되었다.
거기에서 피검사를 하고 프로락틴 수치가 109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통이라면 프로락틴 수치가 25를 넘지 않는데 꽤나 높은 수치였다. 뇌하수체 종양일 수 있으니,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조현병을 앓고 있어 주사를 맞고 있다고 했다. 의사는 그 말을 듣고, 인베가는 그런 약물이 맞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니 대학병원에 가라고 추천서를 써주었다.
대학병원에서도 자궁 내 문제는 없다고 진료를 마쳤다. 인베가라는 약물이 프로락틴 수치를 높여 여성에게는 무월경을 하게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혈은 아마 생리를 제때 하기 위해 먹은 피임약에 있다고 했다. 진료를 받고 나서 약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해 정신과 예약을 잡았다. 물론 피임약도 주사를 바꾸면 필요가 없어지니 중단했다.
대학병원에서 울지 않으려 노력했다. 여긴 나보다 아픈 사람들도 많고, 대학병원에서 우는 건 진짜로 큰일이 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눈물이 났다.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려보냈다. 불안하고 나를 방치했다는 마음에 눈물도 났다. 스스로를 방치했다는 느낌과 불안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악순환을 만들었다. 불안이 클수록 돌봄이 어려워지고, 방치했다는 죄책감은 다시 불안을 심화한다. 예약 글만 고치지도 못하고 계속 발행한다는 죄책감. 불안감, 나를 방치했다는 죄책감. 그 이면에는 내가 지금, 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있었다. 조현병을 앓는 중 약물을 하나 바꾸는 것은 결국에는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것이니 삶을 휘청거리게 한다.
나는 이 약을 끊을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단번에 끊을 수 있는, 언젠가는 끊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약만 먹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학병원에서 울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들은 아마도 언젠가는 나을 것이고 나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현병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의사의 판단 없이는 약을 끊으면 안 된다.
임의로 중단하면 뉴스에 나오는 조현병을 앓는 사람이 된다. 살인자나 범죄를 저지르는 그런 사람. 그 상황을 맞닥뜨리기 힘들다. 조현병이 사랑받을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다고 나는 말하고 있지만, 그건 오로지 병식이 있고 꾸준한 치료를 받는 조현병에 해당한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예약 글 3개를 발행했다. 글이 나오기 전에 퇴고를 반복하는 편인데, 그걸 할 기력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