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겨울 속에 숨어있는 따뜻한 봄을 만난 하루였어요. 마른 솔잎들이 떨어져 길위에 수북이 쌓여있는 소나무 숲길을 걷고,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도 바라보며 한참을 산책했어요.
절반쯤 물이 얼어있는 저수지를 바라보다가 깨진 얼음 틈으로 무언가 움직이는 게 보여 "까꿍"하고 큰소리로 불렀더니 수달 한 마리가 나를 쳐다보다가 금방 또 사라져 버립니다. 얼음 아래 물속에선 여전히 민물새우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니겠죠.
매화나무도 부지런히 내년 봄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는 무얼 준비하고 있는지 돌아보니 온통 어지러운 생각들 뿐이군요.
생각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면 내가 하는 말도 좋은 말이 나올 수 없어요.
올해가 가기 전에 저도 불필요한 잡념들은 말끔히 정리하고 의미 있고 발전적이고 좋은 생각들로 다시 재배치해야겠어요.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언어는 점점 더 날이 서고 난폭해지고 있어요. 말이 여과 없이 글로 쓰여질 때도 우리는 쉽게 상처받아요. 나쁜 말은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언어는 인간의 생각을 말해주는 것이므로 한 사람의 말과 글에는 그 내면의 도덕적 가치관도 엿볼 수 있어요. 아무리 성공하고 높은 지위에 있어도 그 사람의 언행과 윤리적 가치관이 바르지 못하면 금방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죠. 마음을 선하게 물들이고 아름다운 말, 배려하는 말을 더 많이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남의 결핍을 희화화하고 이상한 언어가 통용되는 사회보다 좋은 말과 글이 우리 일상에 많이 전파되길 바라요.
진심을 다해도 상대방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그 어떤 말과 행동도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아집과 자기 틀에 갇혀있는 사람에게는 나의 선의와 정성도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아요.
이럴 땐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들의 세계를 인정하고 내 마음을 잘 다스리며 거리를 두는 게 좋을 듯해요.
무채색의 겨울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봄부터 가을까지 오색찬란한 천연색의 자연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새삼 느낍니다.
그 고운 색들을 볼 수 없는 겨울엔 하늘을 자주 바라봅니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 시시각각 변하는 노을빛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겨울 속에도 이런 따뜻한 날이 있듯이 고달픈 인생살이 속에서도 포근한 날들이 찾아와요. 그런 날들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그 기억을 찾아 품고 간다면 살아가는 날들이 덜 힘들겠죠. 아프지만 조금 덜 아픈 하루에 감사하며 책과 음악과 함께 하는 저녁시간이 평화로와요.
안녕~~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