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벚꽃
선암사에 오랜만에 가고 싶어서 길을 나섰는데 하필 비가 내린다.
연둣빛 숲을 바라보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다.
비가 오는데도 단체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겹벚꽃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도 많았다.
핑크빛과 연둣빛에 매혹된 선암사에서의 하루는 지난날들을 추억하기에 충분했다. 봄에는 꽃과 연둣빛 물오른 나무들을 보러 온다면 가을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느 계절이 오면 꼭 어딘가를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추억이 있던 곳이든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든 계절마다 혹은 1년에 한 번이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가 사계절 중 한 번씩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봄에는 선암사, 여름에는 안개 낀 제주 사려니 숲길, 가을엔 서울의 남산과 인왕산 그리고 창경궁 단풍일 것이다. 겨울엔 흰 눈이 사람 키만큼 쌓인 홋카이도가 제격이다.
아직도 가보지 못한 많은 곳이 있다. 그러나 나는 점점 더 나만의 안식처에서 자연과 벗 삼아 살아가고 싶다. 내가 심은 꽃과 나무들이 아름드리 커가는 것을 바라보며 그것을 보살피는 즐거움으로 사는 것이다.
그 꿈이 실현되기까지 한 십 년은 걸릴까?
그때까지 살 수는 있을까?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내가 꿈꾸는 일들을
상상 속에서 생각만 해도 즐겁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
끊임없이 도전해 보는 일
자연 앞에서 너무나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이지만 맑은 소리로 지저귀는 새처럼
나풀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생명이 있는 한
밝은 햇살 속에서 환하게 웃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