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추
봄에 내가 작은 텃밭에서 키우는 배추는 온 동네 할머니들의 구경거리다. 초보농부가 야채를 잘 키우는 게 신기한지 오며 가며 들여다보고 칭찬을 하신다.
작은 응원에 힘을 얻고 감사한 마음에 지나가시는 이웃 어르신들께도 상추를 한 줌씩 뜯어드린다.
작년엔 수박을 심고 수확해서 동네분들께 제일 먼저 드렸더니 좋아하셨다. 올해도 몇 개 심은 수박에서 수박이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작년 봄에 시장에서 우연히 보고 사게 된 배추모종을 심었는데 올해는 아무 데도 파는 곳이 없어서 직접 배추씨앗을 모종판에 심고 키워서 밭에 정식했다.
3월 중순 정식 후 5월 중순 수확한 배추로 김치를 담가 몇 개월을 먹는다. 도시에선 김치도 담가 먹지 않던 내가 시골로 귀농해서 난생처음으로 배추를 키우고 고추를 키워서 직접 김장을 한다.
인생 2회 차를 때론 설레게 때론 혹독하게 살고 있다. 벌써 3년이 흘렀다.
힘들었던 시간들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지금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파릇파릇 자라나는 채소와 나무의 새순 그리고 오색찬란한 꽃들을 보고 있으면 모든 걸 잊을 수가 있다.
아무도 반기지 않던 이곳에서 기적처럼 나의 삶을 견디며 살아간다. 삶의 시간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사는 날까진 최선의 삶을 바쁘게 살아갈 것이다.
잡초를 뽑는 일은 그야말로 수행의 시간이지만 내 마음의 번뇌를 없앤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뽑고 뽑는다.
매화, 산수유, 앵두, 복숭아, 배, 사과꽃이 지고 어여쁜 모란이 시들어갈 때 작약이 피려고 준비 중이다.
봄에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를 정도로 환상 그 자체다. 푸르른 연둣빛 새싹들도 눈부시고 바람결에 일렁이는 논에 심어 놓은 풀마저도 아름답다.
정처 없이 숲길을 걷고 들길을 걷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나의 텃밭 작물들을 보살피는 일도 봄날의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