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터 만화를 참 좋아했었던 것 같다. 그냥 좋아한 것도 아니고 꽤 많이.
만화책방 아줌마와는, 아마 학교 선생님만큼 자주 보지 않았을까 싶다. 10권 빌리면 서비스로 주는 1권을 더해서 총 11권의 책을 매일같이 검은 봉다리에 넣고 뭐가 그렇게 좋다고 집에 와서 신나게 봤는지 싶다. 만화책을 읽는 그 시간만큼은 그 안에 빠져 있을 수 있었고, 그 세계 안에서 감정을 이입하는 그 때의 그 기분이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런 것에 비해 난 그림에는 문외한이다. 물론 만화책과 그림이 무슨 연관이 있겠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인 나의 눈에는 그림이든 만화책이든 둘 다 어쨋든 큰 카테고리 안에서는 그림이다. 만화책은 정말 재미있고, 또 보고싶고, 다음이 궁금하지만 그림은 나에게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항상 그림에 대한 글 또는 기사를 보면 '거장의 그림이 비싸게 거래되었다.', '그림은 세금 탈루의 수단으로 쓰인다.'는 식의 글 들이 보이고, 드라마에서도 주로 재산이 많은 상류층의 사람들이 그림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우리나라만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외국 사람과는 그림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은 없어서)
그리고 최근 NFT가 유행하면서(사실 난 이게 뭔지 아직도 모른다.) 무슨 그림을 토큰화해서 거래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세상에서 유일한거라 뭐 수십억에 팔렸다나 뭐라나. 더욱 더 그사세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게다가 오늘 신문에서는 갤러리 대표라는 사람이 나와 그림은 어떻게 투자를 해야하는지, 해당 작가의 독창성, 작품을 취급하는 화랑의 클래스 등 몇 가지 근거를 들어 설명해준다. 물론 희소성이 있는 좋은 작품은 투자의 가치가 된다는 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러한 접근들은 나에게 있어서 '도대체 그림이란 무엇인가' 라는 원론적인 질문이 들게한다.
내가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만화의 그 한 장면만 봐도, 그 전체적인 내용이 떠오르면서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추억을 상기시키며,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슬램덩크에서 산왕을 이긴 뒤의 서태웅, 강백호의 하이파이브 씬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영화의 한 장면, 예를 들면 터미네이터가 엄지척을 하면서 용광로에 빠지는 장면을 캡처화면으로 봤을 때도, 그 앞뒤 장면이 상상되며 머리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그림이란 그 안에 스토리라인이 담긴 그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나에게 그런 그림을 가릴 수 있는 정도의 눈은 없지만, 전시회를 갔을 때 그림을 보면서 작가의 생각에 동화될 수 있다면, 그 작가의 생각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생각했던 그 스토리라인에 나도 함께 빠져서 벅차오를 수 있다면, 그게 나에게 좋은 그림이 아닐까 싶다. 꼭 엄청 비싸고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가끔 집에 그림 한 점 정도는 걸어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그 그림은 어떤 그림이면 좋을까? 이왕이면 내가 직접 그린 그림도 나쁘지 않겠다 싶긴하다. 물론 내 그림 실력은 나쁜 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