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아름다운 건 아니다
나는 사망사건(변사)을 많이 접한다
다른 사람의 사망을 목격하는 것보다
죽음 후 모습과 애도의 장면을 목격하는 것에 가깝다
죽음 후 모습은 많이 겪다 보니
이제 충격적이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익숙하달까
사망자의 형태보다
그 주변의 상황, 애도의 장면은 항상 새롭고 많은 여운이 남는다
여운은 항상 감동적이지도, 슬프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았다
불행이란 언제 시작될까
내가 생각하는 불행은
목적 없는 걱정을 만들어 내는 것부터 시작된다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나를 끝없이 비교하며
해결법 없는 걱정을 무지성으로 생산하며
걱정이란 물방울에 젖어드는지 모르다
결국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의
불행의 늪에 깊이 빠져드는 것 같달까
대부분의 자살은
나는 불행하단 생각의 끝을 낼 수 없어 그 끝을 내고 싶어 선택하는 방법 같다
물론 그 사망자들의 환경이 안 힘들단 건 아니다
돈, 건강, 사랑(특히 외로움) 등 다양한 이유로
개인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다른 단걸 나도 안다
하지만 꼭 죽음으로 끝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란 안타까움이 많다
세상엔 내일을 맞이하길 바라는 절실한 사람들이 많다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뜨고 보내는 하루가
본인한테 소중한 걸 넘어서
가족과 회사동료, 친구 또는 그 이상의 세상에 소중하단걸 알길 바란다
긴 연휴 기간은 특히
자신의 외로움을 다른 사람의 행복과 비교하며
불행하단 생각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단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
몇 년 전 명절 연휴였을까
'엄마가 자살한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다
나에겐 신기하지도 특이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일상이었다
신고자는 연휴 동안 외할머니집에서 생활하기로 사망자의 자녀였다
사망자가 전날 저녁부터 연락이 안 되어 걱정되니
당장 방문할 수 없는 가족 대신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방문을 요청했고
현관문을 통해 들어간 관리소장이 사망자의 모습을 발견한 나름 평범한 신고였다
하지만 애도의 순간은 평범하지 않았다
사망자가 걱정된다던 유족은 끝까지 현장과 장례식장에 방문하지 않았다
사망 원인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나중에 유족 진술차 경찰서에 방문했단 소식만 전해 들었다
현장 상황은 비교적 간단했다
베란다에서 모든 창문을 닫고 번개탄을 피운 정도랄까
심지어 옆에 놓인 핸드폰에 사망자가 죽기 직전까지 남긴 녹음이 켜져 있었다
내용은 간략했다
나는 50이 넘는 세월 한평생 행복한 적이 없었다
내 인생은 불행하고 외로웠다
선을 통해 만난 남편
다들 이렇게 살겠지 하며 낳은 두 아들
두 아들을 다 키우고 나니, 다시 돌아온 외로운 생활
조금의 보람을 찾고자 선택한 직업(요양보호사)
일을 하던 중 알게 된 고객 중 90세 노인
그 남자는 자신에게 사랑과 행복을 알려준 유일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분의 가족은 유산을 노리는 꽃뱀 취급하였고
회사와 남편은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하며 그 가족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각서를 강요하였다
더구나 남편은 자신을 더러운 여자 취급하며 별거를 시작했다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는 방법은 죽음뿐이며 기꺼이 보여주겠다
녹음을 듣고 스스로 선택한 결과란 사실의 의문은 없어졌다
하지만
단 한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단 그녀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현관부터 거실, 그녀가 있는 베란다에 도착하기까지
곳곳에 보이는 밝게 웃고 있는 그녀와 가족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명절 연휴 동안 남편과 자녀를 고향집에 보내고
그 집에서 꼭 죽음을 선택해야 했을까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 불행했을까
평생을 강요받은 인생이었을까
아니었을 거다
안타까웠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상처만 남기는 행동이었다
30년이 넘는 결혼생활을 함께한 남편과 그 자녀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그제야 유족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유족의 편은 아니다
사망자에겐 자신의 첫사랑이 부정당하는 고통이 죽음까지 갈 고통이었을지 모르니 말이다
이 사건은 아직도 우리 사무실에서 잊히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다
또한 사망자, 유족 둘 중 누가 옳다 할 수도 없는 이야기 중 하나다
직원마다 가치관과 의견이 나뉜다
다만, 사망자가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기만 하단 생각을 조금 덜어내고
그 불행을 죽음으로 끝낼 수밖에 없단 확신이 없었다면 생기지 않을 안타까운 사건이었단 의견은
전원 일치되는 이야기다
만약 자신을 불행한 사람이라며 단정 짓는 사람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목적 없는 걱정과 불평, 부정적인 감정으로
자신의 행복을 가리고 쳐다보지 않은 채
불행이란 세상을 만들어 살고 있지 않은지
또한
불행이란 세상을 벗어나는 해결법이 죽음뿐이란 잘못된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런 선택은 하나도 아름답지도, 감동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