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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간단하지만 잊고 있던 단어

의지

by 현장의 기록


최근 들어 우울감이 몰려왔다

건강과 멀어진 내 몸상태, 원치 않는 환경의 변화 등

여러 요소들이 몰아치니 버거웠는지

몸이 못 버텨 감기에 걸리듯 내 정신세계에도 감기가 걸리듯

우울감, 불안, 부정적 감정들이 물 밀듯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중이지만

주변의 걱정을 줄이고자, 내 희망사항이기도 한

완치에 가깝단 의견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다


그렇기에 지금의 우울감을 다시 꺼내기엔 부끄러웠다


사실 원인이 되는 고민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우울감에 못 이기는 척 나 자신이 숨어 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될 줄 몰랐다




내가 일하는 경찰의 과학수사 부서는 이전 글에 적혀있듯 과학수사 전문가들이 일하는 곳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수보다 그저 '경찰', '공무원'의 마인드의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중 대부분은 형사, 수사를 하다 온 수사관들이다

당연히 우리 팀에도 형사 출신 과학수사 요원들이 대다수다

TV에 나오는 조폭과 한 끗차이의 외모, 걸걸하고 솔직한 입담을 가지신 분들이다


아무튼, 다 같이 사건 출동 중 차 안에서 대화를 했다

'나는 솔로', '이혼숙려캠프', '고등학생엄빠' 등

최근 유명한 예능들에 대해 재밌었던 점, 느낀 점 등을 말하며 웃고 떠드는 그런 가벼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오은영 선생님의 치료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 의견들이 나왔다

우리끼리 우스개 소리로 '안 맞고 커서 저런 거다'부터 '일반인들이 평정심을 가지고 청자의 역할을 어떻게 하냐'는 의견까지

그러려니 했다 사람의 의견은 다양하니까 싶었다


그러다 어떤 한 분이 '전부 의지 차이야'라는 말에 다시 집중이 되었다

싸우지 않을 의지, 때리지 않을 의지, 잘 살려는 의지 등

당사자들의 의지가 우선이지 저런 치료와 전문가는 그 후 개입이란 것

저 상황까지 끌고 간 당사자들의 문제가 크다는 것


나로선 '그게 안되니까, 그게 힘드니까, 전문가가 있고 병원이 있겠지, 왜 저렇게 쉽게 말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다음이 핵심이었다


알코올 중독자를 약을 먹이고 병원에 보내고 술을 끊게 해줘 봐라

결국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술에 손을 댄다, 격리하고 통제한 그 상황 잠시 뿐이란 거다

마약 중독자도 예를 들어보자

마약 중단 프로그램, 마약을 이기기 위한 정신과 상담 및 약물처방, 병원 격리까지

하지만 사회에 나와 통제가 풀리면? 또 잠시 뿐이란 거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그중 적은 확률로 치료와 개선이 된 사람은 당사자의 '의지' 그 하나로 버틴 거란 거다

인내심. 그 하나만 생각한 개인의 '의지'가 모든 정신병과 상황의 핵심 해결법이란 거다


잊고 있었다

내가 이전과 다르게 우울감에 다시 올라타게 된 건

이겨낼 의지를 잊고 다른 곳에서 해결해 주길 기다리던 게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쉽게 잊곤 한다

살고 싶단 의지, 행복하고 싶단 의지와 같이 아주 기본적인 욕망이

자신의 마음가짐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나 또한 잊고 있었다


덕분에 다시 글이란 사색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 의지 중 하나였던 일상의 기록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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