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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분 Feb 21. 2023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2020년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 1344편

Covid19

2020년 Covid19의 영향으로 전 세계의 땅과 하늘이 얼어붙었다. 국경이 막히고 국제선도 뜨지 않았다. 해외에서 돌아와야 하는 인도인은 100만 명. 인도 정부는 해외 인도인의 귀국을 위해 대규모 항공편을 구성한다.  ‘반데바라트 귀국 작전’(Vande Bharat Mission)이다. 국적 항공사 에어 인디아와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의 항공기 수십 대가 편성되었다.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는 2010년 812편 사고를 겪었지만 Covid19 전까진 꾸준히 성장했다. 


등록번호 VT-AXH. 737-800기도 이 작전에 동원되었다.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의 전통에 따라 수직 미익에는 인도의 문화유산이 도장되었다. 오른쪽에는 뭄바이에 있는 게이트 오브 인디아. 

왼쪽에는 델리에 있는 인디아 게이트가 도장되었다. 

두바이에 갇혀 있던 인도인들은 인도로 가는 문이 반가웠을 것이다.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 1344편은 두바이에서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유서 깊은 항구도시 코지코드 캘리컷 국제공항으로 비행할 계획이다.


캘리컷 공항

캘리컷 국제공항은 망갈로르 공항에서 남쪽으로 230km 떨어져 있다. 가파른 언덕 위에 활주로가 반듯하게 깎여있는 공항을 테이블탑 공항이라고 부른다. 인도 남부의 공항은 이런 형태가 많다.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 812편 사고가 났던 망갈로르 공항처럼 캘리컷 공항도 테이블탑 공항이다. 활주로를 벗어날 경우 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 남부는 몬순 기후다. 몬순은 강우를 동반한 계절풍을 말한다. 8월 초는 장마철이다. 농업 비중이 큰 인도에서는 이 기간에 내리는 비가 반갑다. 그러나 쏟아내리는 폭우를 반길 조종사는 없을 것이다. 안전을 위해 절차가 보강된다. 몬순 기후에 맞춰 몬순 절차가 생겼다.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의 조종사는 몬순 기후를 대비 재교육을 받고, 몬순 절차를 따른다. 몬순 기간 착륙 시도는 단 두 번뿐이다. 두 번 실패하면 연료가 충분해도 다른 공항으로 회항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다.


조종사

기장 디팍 바산트 사테.  Deepak Sathe. 59세. 

인도 공군 사관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공군 조종사였다. 군 시절에는 미그 21기와 호커 시들리 HS-748 기종으로 비행했다. 전역 후 에어 인디아에서 737 기종 면허를 받았지만, 777 기종 면허는 끝내 얻지 못했다. 착륙 시 플레어 조작이 문제였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훈련 기록이 있다. 2013년 추가 훈련에서도 777 기종 면허에 실패한 후, 에어 인디아에서 자회사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로 지원해 옮겨왔다. 2017년부터는 737-800 기종 교관 조종사가 되었다. 몬순 절차에도 당연히 통달했다. 총 비행시간 10,848시간. 


지난 1년간 36번 코지코드 공항에 착륙했다. 코지코드 공항에 익숙하지만, 조종사에겐 익숙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부드럽게 말하는 온화한 사람이었습니다. 대하기 편해서 진로 상담을 많이 받았습니다. 후배 조종사들이 존경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항공사 동료


부기장 아킬레시 쿠마르. Akhilesh Kumar. 32세. 

부기장은 2017년 11월 737-800 면장을 따고 다음 달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에 입사했다. 부기장이 태어나기 7년 전인 1981년에 기장은 조종 장교로 임관했다. 인자하고 유머러스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기장에게 맞서기는 힘들 것이다. 총 비행시간 1,989시간.


객실 승무원 4명. 승객 184명. 이중 10명은 유아다.  IX1344편은 만석이다.


2020년 8월 7일 오전. 두바이로 떠나기 직전 기장의 다음날 비행 일정이 추가된다. 항공사가 정부 요청을 받아 귀국 항공편을 추가 편성했다. 다음날 오전 10시다. 사테 기장의 일정이 아슬아슬하게 비었기에 급히 배정된 것이다. 예정 시간대로 착착 맞아떨어지면 다음 날 오전 10시 비행도 할 수 있겠지만, 행여나 지연이 되면 승무원 휴식 시간 규정에 어긋나 비행할 수 없다. 이 또한 항공 안전을 위한 규정이지만, 규정을 지키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두바이 터미널에서 30분 지연이 생겼다. 코지코드로 돌아오는 항로에서 만회하려 애쓴다. 


하강

하강 전 부기장이 공항 날씨를 묻는다. 캘리컷의 관제사는 사용 활주로가 10번에서 28번으로 바뀌었다고 알린다. 풍향은 270도. 풍속 14노트. 시계 1500미터. 중간 정도로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내린다. 몬순 기후의 흔한 날씨다. 기장은 하강 브리핑을 한다.


 “28번 활주로는 젖어있고, 가시거리가 1500미터라고. 착륙하려면 1300미터가 필요해. 재미있어지겠는데. 풍향 270도에 풍속 14노트. 천둥번개에 소나기. 돌풍이 불겠군. 적란운이 앞에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해. 자, 접근절차를 ILS 28로 바꾸자. 이런 건 금방 할 수 있어.”


부기장은 하강 허가를 받는다. 기장이 고도계 수정치를 묻는다.


 “최신 고도계 수정치는 1007(일공공칠) 헥토파스칼입니다.”

 “이런 걸로도 날씨를 알 수 있지. 알겠어? 고도계 수정치가 내려가고 있다는 건 대류가 늘고 있다는 거야.”


공항 날씨가 나빠진다. 행여 복행 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날씨 때문에 복행 할지도 몰라. 그럴 때 경로대로 날면 돼. 알겠지?”

 “알겠습니다.”


 “최종 접근 지점을 보자… 경사각이 3.2도면 깊은 편이니까 플랩 30으로 하고. 접근 속도는 145노트가 될 거야. 분당 하강속도는 800피트 정도.”


 “최저 고도가 576피트. 가시거리가 1500미터인데 우린 1300미터는 필요해. 얼마나 홀딩할 수 있을까. 회항할 연료는 3.8톤. 코친 공항까진 갈 수 있겠는데? 코친 날씨는 어때?”

 “코친에는 고도 2500피트에 비가 내립니다.


회항할 공항도 몬순 기후다. 캘리컷 공항 관제탑에서 날씨를 알려준다. 가시거리 1500미터, 천둥번개와 소나기.


 “기준치를 살짝 넘으니까 착륙할 거야. 알겠지?”

 “활주로는 젖어있고, 난기류가 있을 거야. 모두 대비해야 해. 코친 공항까진 연료 2.5톤이면 갈 수 있어. 홀딩 연료는 1.3톤에서 1.4톤.  30분 홀딩할 분량이야. 시계가 나빠도 한동안 충분히 버텨. 코친 날씨도 2000이 제한치야”

 “2500입니다.”

 “그래, 그래. 우리가 거기 도착할 무렵에 날씨가 나아질지 모르잖아. 낙관적으로 보자.”

 “28번 활주로 접지 후에, 오토브레이크는 3. 플랩 30. 접근 중에 윈드시어를 만나면 실속 할 수 있으니까, 회복을 하고 첫 구역에서 복행 브리핑하자.”


기장도 몬순의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다.


 “질문 없어?”

 “없습니다.”

 “정말 없어?”

 “없습니다.”


부기장도 함께 폭풍을 뚫고 갈 베테랑 기장을 단단히 신뢰하고 있다. 


 “아주 아슬아슬한 틈으로 착륙하는 거야. 좋아. 괜찮아. 접근 중단할 경우, 직진을 해서 우선회 해서 기상이 나아질 때까지 홀딩할 거라고 알려줘.”


부기장은 홀딩 계획을 관제탑에 알리고 승인받는다.


 “난기류가 심하니까 플랩을 살짝 늦게 내릴게. 그게 더 낫거든. 와, 여기 날씨 봐라. 여기 장난이 아냐.”

 “확인.”


부기장이 짧게 답한다. 누구라도 긴장할 만한 날씨다.


와이퍼

기장은 와이퍼 상태를 걱정한다. 이전에 말썽을 부렸던 적이 있지만 정비일지에 남은 기록은 없다. 

 “이거 작동하는지 잘 봐야 해. 제대로 작동하는지.”

 “네”

 “최대로 놓는 거 기억하지?”

 “최대로.”

 “그래 최대로. 최고 속도로 해.”

 “알겠습니다.”


부기장에게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보라고 당부한다. 로컬라이저를 잡고, 글라이드슬롭에 따라 하강경로대로 무난히 하강한다. 

 “여기서부터 문제 지역이야.”

 “알겠습니다.”

 “자 들어갑시다.”

 “활주로 진입등 잘 확인해.”

 “네.”

 “플랩 30으로.”

 “플랩 30으로 내렸습니다.”

 “진입등 확인했습니다.”


활주로도 육안으로 확인했다. 폭우가 내리지만 현대 항공기에게 그쯤은 문제가 아니다. 부기장은 와이퍼를 켠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라, 무슨 일이야. 이런, 와이퍼가 말썽이네.”


부기장도 얼결에 욕을 내뱉는다. 기장은 웃는다. 


 “와이퍼 고장 나기 딱 좋은 날이야. ”


기장은 호탕하게 웃어넘긴다. 


위기 상황에서 여유 있게 대처하는 것은 조종사의 좋은 품성이다. 낙천적인 태도는 좋지만 이 시점에서 기장은 몬순 절차를 어겼다. 몬순 절차에서는 와이퍼가 고장 나면 다른 공항으로 바로 회항해야 한다. 


 “착륙 점검절차 계속해.”


기장은 회항할 생각이 전혀 없다. 착륙 점검 절차가 진행된다. 활주로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와이퍼가 아니더라도 구름으로 덮여 있다. 활주로는 어디에 있을까. 조종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활주로를 찾는다.   


 “모든 등화를 켜. 등을 다 켜.”

 “속도 확인하십시오.”

 “그래, 그래, 확인.”

 “속도 확인하십시오.”

 “밖을 잘 봐.”


 EGPWS가 최소 고도를 알린다. 활주로는 보이지 않는다.


 “복행 하자.”


기장은 복행 선언을 한다. 


 “관제탑, 익스프레스 인디아 1344편. 복행 합니다.”


재도전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그러나 관제탑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10번 활주로로 이륙하러 나오는 항공기가 있다. 28번 활주로에 다시 접근하면 10번에서 이륙하려는 비행기와 마주치게 된다. 

관제사는 10번 활주로로 착륙해도 되는지 1344편에 묻는다. 


 “풍향 250도에 풍속 8노트. 10번 활주로로 접근하실 수 있습니까?”


기장이 나서서 관제사에게 묻는다. 


  “10번 활주로 가시거리가 어떻게 됩니까.”

 “두 활주로 모두 가시거리 2000미터입니다. 가벼운 비가 내립니다.”


활주로 상황은 비슷하다.


 “지표면 바람 정보 부탁합니다.”

 “지표면은 풍향 260도에 05노트입니다.”


뒷바람이다. 뒷바람이지만 불과 5노트다. 배는 순풍에 돛을 펴고 나아가지만, 비행기는 순풍을 받으면 양력이 떨어진다. 착륙을 위해 더 높은 속도와 더 긴 거리가 필요하다. 그래도 5노트라면 감수할 수 있다. 


 “익스프레스 인디아 1344. 10번 활주로로 접근할 수 있습니까?”

 “10번 활주로 기상 정보를 계속 알려주신다면 해보겠습니다.”

 “시계는 똑같이 2000미터. 나아지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풍향 260에 풍속 05노트입니다.”


기장은 10번 활주로에 착륙하기로 한다.


조종사는 캘리컷 공항에 익숙하지만 모르는 것이 있다. 활주로에 설치된 원격 풍속계가 30분마다 변경된 정보를 보낸다. 국제 민간항공기구 규정에 따르면 활주로 표면을 측정하는 풍속계의 높이는 10m여야 한다. 10번 활주로에 설치된 풍속계는 활주로보다 2.5미터 아래에 설치되어 활주로 위 3.5미터 높이의 풍속을 측정하고 있다. 왜 그런 곳에 있을까. 나중에 풍향계를 본 조사관들도 어리둥절하다. 이게 왜 여기 있을까. 

지금 10번 활주로에 부는 바람은 5노트가 아니라 최소 15노트다. 관제사는 이 차이를 알았을까. 관제탑에는 1년 전 자격을 획득한 29세의 관제사가 관제를 하고 있다. 케랄라주(州) 기상국은 천둥번개와 17노트 풍향을 알리는 기상 경보를 발령한다. 그러나 관제사에게 통보해야 할 담당자가 마침 자리를 비웠다.  고도 3300피트에서는 순간 돌풍이 38노트까지 불어온다.  


다른 항공기가 이륙했다. 

 “1344편. 284 래디얼로 공향으로 접근하십시오.”

 “우선회 해서 진입하겠습니다.”


공항으로 다시 접근한다.


 “플랩 40으로 가야 할까. 먹혔으면 좋겠는데.”

 “플랩 40으로 할까요?”

 “음… 아냐. 뒷바람을 타는 거니까. 다시 생각해야겠어.”

 “뒷바람이 있으면 플랩 1로.”

 “접근 중단 시에는 좌선회 한다. 그쪽에 적란운이 많으면 우선회 한다.”


관제탑에서 접근 허가를 알린다.


 “10번 활주로 ILS Z 접근 승인합니다. 10번 활주로 로컬라이저를 잡은 후 보고하십시오.” 


로컬라이저 신호를 잡았다. 


 “저긴 적란운이 많은데, 이쪽은 괜찮길 바라야지.”

 “승무원에게 착륙을 알리겠습니다.”

  “그래.”

 “객실 승무원. 착륙 위치로.”


이제 착륙 준비를 해야 한다.


 “오토브레이크는 3으로 했습니다.”

 “좋아. 여길 지나고 있지?”

 “네.”


글라이드슬롭 신호도 잡았다.


 “캘리컷 관제탑. IX1344 10번 활주로 로컬라이저 신호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와이퍼가 제대로 작동할까. 


 “내가 말하면 바로 작동시켜. 제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확인.”


기장은 와이퍼 작동을 다시 명한다. 이번에는 와이퍼가 작동할까.  부기장이 와이퍼를 작동시킨다.


 “작동시켜”

 “이게 단가.”

 “속도가 이렇게만 나오나.”

 “그렇습니다.”

 “알았어.”


최고속으로 작동시켰지만 기장 쪽 와이퍼는 저속으로 움직인다. 창을 때리는 빗물을 지우기에는 무리다. 그럼에도 계속 진행한다. 



글라이드슬롭 신호를 잡고 하강 경로로 진입하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어온다.


 “캘리컷 관제탑. 1344편 10번 활주로 ILS 경로에 있습니다.”

 “활주로에는 가벼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활주로는 젖어 있습니다. 풍향 250도에 풍속 8노트. 10번 활주로에 착륙 허가합니다.”

 ”10번 활주로에 착륙 허가받았습니다. 시계는 어떻게 됩니까?”

 “시계는 2천 미터. 가벼운 비가 내립니다.”


착륙 허가를 받았다.


 “플랩은 30도로 가야겠어.  플랩 30으로 바꿔.”

 “확인.”

 “난기류가 엄청나네.”


22노트 순풍과 13노트의 횡풍.  기체는 오른쪽으로 급강하한다. 조종사들은 폭풍 속에서 악전고투를 한다.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복행해야 한다. 비 내리지 않는 공항으로 회항해야 하고, 다음 날 비행 일정도 엉망이 된다. 그때, 활주로가 찾았다

 “좋아. 활주로가 보인다.”

 “활주로 확인.”


EGPWS가 최저 고도를 알린다. 


 “비주얼.”


지금까지 시계를 계속 확인한 것은 활주로 확인 때문이었다. 이제 착륙할 수 있다. 폭우 사이로 활주로 조명이 번져 보인다. 이럴 때 착시가 생긴다. 보이는 것이 실제보다 가까이 보이는 블랙홀 효과다. 착시로 인해 실제 고도보다 높아 보인다.


 “하강률 확인하십시오.”

 “확인.”


부기장은 하강 속도가 빠르다고 경고한다. 하강속도 분당 1500피트.


 “기장님 하강률 확인하십시오.”

 “알아. 알았어. 수정. 수정. 수정 중.”


부기장이 다시 하강 속도를 경고한다. EGPWS가 하강경로이탈 경보음을 울린다. 엔진 추력을 올려 다시 상승한다. 이번에는 고도가 너무 올라갔다. 불안정하다. 그러나 기장은 활주로에 집중하고 있다. 활주로 시단에서의 고도  28m, 지상속도 169노트. 이러면 착륙 거리가 길어진다. 


기장은 착륙 직전 플레어 조작을 한다. 기수를 올려 메인기어를 접지시키는 동작이다. 하강률 보정을 위해 엔진 추력을 올려두었다. 플레어 동작으로 기수를 들자 기체는 5미터 높이로 다시 붕 떠오른다.  

활주로 끝이 눈에 보인다. 


 “기장님. 확인하세요.”


EGPWS가 고도 10피트를 알린다. 기장은 추력을 줄이고 기수를 낮춘다.


 “복행 합시다.”


부기장은 복행을 선언한다.  다음 순간 기어가 땅에 닿는다. 기장은 복행 할 생각이 없다. 이 착륙을 위해 이미 규정을 너무 많이 어겼다. 조금 더 모험하기로 한다. 


다시 복행

메인기어가 땅에 닿았을 때 남은 거리는 1,400미터. 

역추진을 하며 브레이크를 잡는다. 그러나 어림도 없다는 걸 기장이 깨닫는다. 지금이라도 복행해야 한다고 생각을 바꾼다. 기장은 역추진을 해제하고 브레이크를 푼다. 


 “빌어먹을.”


 이미 늦었다. 다시 브레이크를 걸고 다시금 역추진을 한다.


 “젠장.”

 “안돼.”


기체는 활주로를 벗어나 ILS 안테나를 들이받는다. 

활주로에서 떨어질 때도 속도는 시속 92km. 조종사들은 비명과 함께 테이블 위에서 떨어진다. 기수는 담에 부딪히며 찌그러진다. 두 조종사는 즉사했다. 

앞쪽 갤리의 승무원들은 부상을 입어 꼼짝할 수 없다. 후미의 승무원 두 명이 승객들을 탈출시킨다. 빈 활주로를 보며 황당했던 공항 소방대도 긴급히 내려온다. 현장은 혼란스럽다. 단 하나의 행운은 도로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다친 승객들은 택시를 잡아타고 이송된다. 도로는 이내 교통체증으로 막힌다.

현장에서 18명이 사망하고, 3명이 병원에서 사망했다. 생존자 169명. 생존자 중 76명이 중상을 입었다. 


복기


조사관들은 시뮬레이션 결과 최초의 제동 시도를 계속 이어갔어도 활주로를 벗어났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항 밖으로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장이 제동 포기후 복행 한 시도도 틀렸다. 남은 거리로는 끝내 이륙하지 못하고 더 큰 참사를 불렀을 것이다. 


부기장의 복행 선언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었다. 기장이 무시했을 때는 부기장이 바로 조종간을 잡아야 했다. 두 배의 나이, 다섯 배의 비행시간. 부기장은 기장을 끝내 거스르지 못했다. 10년 전 망갈로르 공항에서 일어난 것과 똑같은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났다. 


한번 일어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 중.



에필로그


사고 후 와이퍼 부속들을 수거하여 테스트하였다.  와이퍼는 이상 없이 작동되었다. 배선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블랙박스에 와이퍼 작동 여부는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조사팀은 CVR녹음을 기반으로 첫 착륙 시도 때에는 27초간 작동 후 멈춰버렸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느린 속도로 작동했다고 판단했다.


유튜브에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1wXuoC8RT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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