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아빠!

내가 걸어온 길

by 소하

결혼을 앞둔 나에게 “ 아빠와 엄마가 걸어왔던 길을 너희도 똑같이 걷게 될 거야”라고 얘기해 주셨다.


그게 무슨 말이었을까?

자녀를 낳고 일을 하며 가정을 꾸리는 그 모든 일을 말하시는 걸까?


어린아이들이 보송보송한 솜털로 내게 와 주었다. 한 녀석은 이제 검은 털이 부숭부숭 나서 집에 오면 문 닫기 바쁜 때가 될 만큼 성장했다.


결혼할 때, 자녀를 낳을 때 20살의 필이와 순이를 가끔 마음속으로 추측해 본다.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며 내 어린 시절의 추억들도 떠올려본다.


꼭 같은 모습의 인생길은 아니지만 여러 경험이 쌓이며 그들의 마음과 공명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비록 나누지는 못하지만 헤아려 보게 된다.


부모님의 다음 삶에 놓였던 일들. 자녀의 독립, 부모님의 병환, 가정 경제의 위기 그런 것들을 부모님만큼 그 이상 잘 해낼 수 있을까. 나의 죽음 혹은 배우자의 상실 앞에서도.


그저 울고만 싶다. 벌써 몸으로는 40대인데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처럼. 도와달라고. 어떻게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거냐고 물으며 떼쓰며 울고 싶다.


그 해답은 거꾸로 내게 있다.

내가 아이들을 보며 네가 하루하루 행복하기를.

네 인생에 오는 온갖 일들을 지혜롭게 대처하기를 바라는 기도와 믿음.

그 마음이 부모님이 내게 주실 수 있는 최고의 마음이라는 걸 알고 있다.


아빠가 가던 그때에도

그런 마음을 알기에

약해져선 안돼. 이겨내야 해. 강해져야 해.

하고 나에게 강요했다.


나의 슬픔을 누르고 그런 생각을 계속하니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글을 쓰며 내 안에 있던 기억과 감정이 퐁퐁 올라왔다.

나의 마음과 마주하는 순간 편안해졌다.

이 순간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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