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아빠

배고픈 소년

by 소하

그 소년은 우리나라 제일 아래 섬에서 자랐어요

9남매 중 6번째 남자아이였죠


그 섬은 여름에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김을 멧어요

그 이름 없는 작은 섬에서도

가장 초라한 초가집이 필이네 집이었어요


그 초라한 집에 고구마가 있으면

다 위에 있는 형들 차지였고

필이의 것은 없었습니다


허기가 져서

물로만 끼니를 때울 때가 많았지요


필이의 아버지는 허세가 가득한 시골마을 이장이었습니다 유교사상을 고집하는 그는 한자를 꽤 쓸 줄 알고

동네 사람들의 묏자리를 봐주며 푼돈을 벌었습니다

그의 생각에 하찮은 농사 따위는 짓지 않았습니다

시간 날 때 술을 마시고

동네 사람들과 다투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기독교를 믿었죠

그 시절에 믿기도 어려운 종교를 믿어서

동네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비췄죠

일요일엔 더군다나 농사를 짓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가난은

그 소년에겐 필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그 작고 까맣고

눈이 반짝이던 필이는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그 어린 소년이 얼마나 춥고

힘들고

모진 박대를 당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필이는 왜 그 시절 이야기를

단 한 번도 꺼내본 적이 없을까요?


작가의 이전글담백하게, 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