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와 필이
그 날밤 기차를 타고 필이를 따라온 순이
시골 섬 마을과 다른 북적이는 서울 중랑천 변에 자리를 잡았다.
필이는 잠시 지내라며 순이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었고 또 꽤 좋은 집이었다.
순이는 필이에게 약간의 고마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며칠 신나게 먹고 잔 순이는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너 같은 아이가 올 곳이 아닌데…”
그제야 순이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필이가 소개해 준 집은 쉬라고 소개해 준 집이 아니었다는 걸.
그 집 아이의 보모 역할을 하라고 보낸 것임을……
그것은 순이를 당황스럽게 했다.
팔아넘겼다는 배신감 마저 느꼈다.
그러나 어쩌면 건설 일용직 필이가
소개해 줄 수 있는
숙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왜 나를 그런 곳에 보냈어? “
원망하고 따져 물었어야 했다.
얘기하지 않은 앙금들이 순이의 마음에
조용히 쌓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