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아빠

강단 있는 순이

by 소하

순이는 필이와 같은 시골 섬마을에서 자랐지만 환경은 꽤나 달랐다. 지나가던 거지도 때 되면 밥 먹고 가라며 붙잡는 정 많은 엄마와 부지런한 아빠 덕에 7남매지만 배곯지 않고 자랐다.


어느 날 남동생이 친구에게 맞고 오자 순이는 남동생 손을 잡고 그 집에 쫓아갔다. 이웃집 아주머니와 순이는 옥신각신 말다툼을 했다. 순이는 아주머니에게 “자식교육 잘 시키세요!”라고 당돌하게 말했고 아주머니는 분에 겨워 “오냐~! 너도 너랑 똑 닮은 딸 낳아서 잘 키워봐라”라고 했다고 한다.


필이는 서울에 와서 일하면서 돈 못 받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것조차 말하지 못하는 필이 대신 순이가 가서 집 앞에서 기다리다 외상값을 받아왔다.


둘이 동거 생활을 여인숙에서 시작했는데 다른 방들도 모두 동거하는 젊은이들이었다. 그러나 모두 얼마 안 되어 깨지고 여인숙에서 나갔다. 강단 있는 순이가 아니었다면 몇 년 후에 둘이 돈을 모아 결혼식을 올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순이에게 필이가 한 번이라도 어려운 시절을 견뎌주어 고맙다고 얘기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담백하게,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