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아빠

스무 살의 추운 겨울

by 소하

동거 후 첫째 아이가 생길 때까지 계속 가난했다. 한 달 월급을 타오면 순이는 봉투를 30개로 나누었다. 각 봉투마다 쌀을 나누어 담았다.


그래도 어떤 달은 쌀이 부족했다. 이틀 혹은 삼일을 물만 먹고 지내기도 했다. 필이는 건설 일용직이었는데

일은 고되고 먹을 건 없어서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그런데 그 둘이 아이를 낳게 되었다. 1월 중에서도 가장 추운 겨울날 아이를 낳았다. 돈이 없어서 그날 하루 병원에 있고 바로 퇴원을 했다. 집에서 도망친 몸이라 친정엄마를 부를 수도 없었다.


산후조리는 차가운 냉방에서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에 기저귀를 빨아 놓는 것으로 대신했다. 방에서 말렸는데 기저귀가 얼어 고드름이 열릴 지경이었다.


순이는 아이의 머리에 있는 숨구멍에 바람 들지 않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본인들의 가난이 어린 생명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그들은 느꼈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결핍을 그대로 느꼈다. 배고픈 결핍, 집이 없이 떠도는 결핍, 배우지 못한 결핍, 돈이 없는 결핍


온갖 결핍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둘은 마음을 다 잡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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