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아빠

알루미늄 대리점

by 소하

아빠는 30년 동안 한 곳에서 장사를 했다. 그의 나이 30대 초반에 개업을 했다. 그곳은 겨울이면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땅이라 눈이 늘 쌓이는 곳이었다.


어린 시절의 아빠는 저녁에만 본 기억이 난다. 늘 오기 전에 전화가 왔다. 그리고 도착하면 씻은 후 저녁밥을 먹고 하얀 러닝 차림으로 내게 어깨를 밟아 달라고 했다. 티브이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늘 변함이 없었다.


나는 어깨를 밟으며 시원하다는 칭찬을 받으며 좋아하다가도 왜 오빠가 아닌 나에게만 밟으라고 하는지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


어린 시절 멀리서 아빠를 본 적이 있다. 양손 가득 알루미늄을 들고 골목길을 나오는 아빠가 부끄러웠다. 노동자라는 점이 부끄러웠을까. 아는 체를 하지 않고 못 본 척 갔다. 아빠는 그때 환하게 웃는 표정이었는데 멀리서도 날 보고 반가워했던 걸까.


지금의 나는 아주 멀리 있어도 아주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내 자식은 실루엣만 봐도 한눈에 찾을 수 있다. 아… 보셨었겠다. 짐이 많아 차마 손은 들지 못하고 나를 보았는데 나는 모른 체 도망갔으니 참으로 속상했겠다.


내 나이 서른이 다 되어서 아빠의 몸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변변치 않기도 했고 아빠 회사 관리가 안된다며 경리로 와서 일해 달라 부탁하셨다. 나는 그때 가서 일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곳은 작은 사무실을 가운데로 두고 양쪽에 긴 알루미늄이 쌓아져 놓아 있는 형태였다. 가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물건이 들어올 때 몇 톤씩 들어오는 것을. 그리고 사람 키의 6~7배나 되는 긴 길이의 쇳덩이를 차에서 내려서 위로 세워서 들고 가서 제 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것을.


그것은 흡사 예수님이 십자가를 들고 가는 그런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비가 오는 날은 비를 맞고 눈이 오는 날은 눈을 맞았다. 그제야 왜 매일 내가 아빠 어깨를 밟아야 했는지 알게 되었다.


어쩌면 아빠의 길고 고단한 하루에 가장 달콤한 순간을 내가 선물해 준 것일 수도 있겠다.


아빠가 하루는 내게 얘기했다.

“네가 비 오는 날 비를 맞지 않고 눈 오는 날 눈을 맞지 않는 사무실에서 일했으면 좋겠어.”


그 고된 노동의 의미를 자녀에 대한 기도에서 찾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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