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아빠!

옆에서 본 사장님

by 소하


필이는 젊고 혈기 왕성한 사장님이었다. 순이는 늘 필이에게 사줄 수 있는 제일 좋은 옷을 사주었다. 그러나 2~3 일에 한 번씩 필이는 옷을 찢어왔다. 알루미늄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종아리가 조금씩 찢어져서 피가 났다. 빨간약만 슥슥 바르면 그뿐이었다.


60대가 되었을 때 그의 살 깊숙이 채찍을 맞은 것처럼 곳곳이 검게 깊숙이 파인다는 것을 그는 몰랐을 것이다.


알루미늄 대리점은 공업사들에게 창문을 만들 수 있게 정확히 쇠를 잘라 주어야 했다. 필이도 물론 처음에는 공업사를 했다. 그의 공장에는 쇠 자르는 소리와 쇳가루가 가득했다. 쇳가루는 옷에 잘 붙고 머리에도 잘 붙어서 때로는 살을 파고들기도 한다.


그는 혹여 아이들의 여린 살에 들어갈까 싶어 오자마자 늘 샤워를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건설 현장에서 창문을 달아주는 공업사를 하며 필이는 종종 보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예전이라 기계들이 좋지 않았는지 문짝을 달다가 떨어져서 사고를 입는 사람들의 소식을. 두려웠다.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대리점을 차리게 된 건 그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본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대출을 받아서 자리는 빌렸지만 물건 값은 없었다.


간판을 달고 걸어서 4~50분 되는 곳에 리어카를 끌고 가서 물건 두 다발을 싣고 걸어왔다. 그것이 그의 장사의 시작이었다.


나중에 가게가 커지면서 매달 어음을 끊었다. 물건값을 빌려 먼저 사 오고 그 달 마지막 날 갚아야 했다. 어음을 갚지 못하면 부도가 나기 때문에 매달 마지막 날 즈음이 되면 필이와 순이는 싸움을 자주 했다. 어떻게 돈을 갚을 수 있을지. 늘 고성이 오갔고 그때가 되면 신경은 날카로웠다.

또 조금만 실수해도 물건을 쓸 수 없게 돼서 몇 번이고 한 일을 확인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당시에는 토요일까지 근무했었다. 아침부터 저녁 9시 가 넘어야 퇴근이 가능했다. 필이는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순이는 아이들을 좀 키우고 시간이 되면 필이 사업장 위에 작은 다락방에 올라갔다. 앉을 수도 없는 곳에 누워서 오는 전화를 받아 주문을 받았다. 종이에 메모해서 필이에게 건네면 필이가 그대로 물건을 잘랐다. 낮에는 싸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검소하게 또 검소하게 살았다.


주말이면 전화벨이 울렸다. 잘못 만들어 준 물건을 다시 잘라 주라는 전화, 내일 꼭 필요한데 오늘 좀 나와서 잘라주면 안되겠냐는 통사정 등.


사업을 하는 순간부터 그의 모든 하루가 사업뿐이었고 그의 모든 머릿속이 사업으로 가득 찼다. 처음에는 짊어진 빚 때문에 그리고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 때문에 쉬어도 쉬지 않고 쉬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차분하면서도 시간에 쫓겨 늘 조급하고 안절부절못했다. 사장님의 자리라는 것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고 그의 성격이 또한 그러했다.



작가의 이전글담백하게,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