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들의 섬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민음사, 2010) 28p

by 김성대

더운 꿈으로 몸을 말리며 나는 자고 있어. 몸 안의 상승 기류. 그 열들이 내 몸을 비추는 것 같다. 내 안의 도시. 내 안의 건물. 묘지들의 섬. 여객기의 창인 듯 한없이 바라봐. 점점 나를 모르겠어. 몸을 나갈 수 있는 곳. 햇살을 모으고 있다 핀에 꽂힌 꿈으로 가늘게 떨 수 있는 곳. 어디가 날개인 줄 알았다면 새는 날 수 있었을까. 가로수들은 좀 추상적이었으면 해.


잠든 사이 방 안에 온통 입김이 서려. 시간을 더 무겁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가 도착한 방들은 밖이 되곤 했잖아. 아프기 전에 헛것이려는 것. 물집은 몸을 나온 것일까 바깥에서 온 것일까. 몸을 나가 본 지 오래되었어.


어디일까. 아무도 정지해 있지 않는 너는. 늘 흐리지만 쏟아지지 않는 거기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곤 해. 귀가 마르는 말들. 우리는 그것을 무슨, 약처럼 삼켰었잖아. 그것이 단지 하나의 믿음일 뿐이었다는 것을 네가 언제 알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모든 믿음을 버렸을 때라고 짐작할 뿐. 이런 두통들은 나를 잠시 너이게 해.


봄에는 믿으려고 해. 나는 이제 아침을 먹는다. 바닥에 발을 내려놓기 위해 그림자를 무겁게 한다. 나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되었지만. 자신이 누군 줄 안다면 이 세계에 남을 수 있을까. 어딘가에 떨어뜨리고 온 머리카락 같은 거. 머리카락의 울음을 자신의 울음인 줄 아는 거. 봄에는 겨울에 있다 하고 밤에는 낮에 있어.


잠 속으로 연기 들어오고 자꾸만 누군가 죽는 꿈을 꾼다. 그들을 오래 살린다고 생각하지만. 머리맡에 동물을 놓는다면 다시 희미해지겠지. 유령이란 못다 끝낸 일 같은 거라는데. 혼자일 때의 오독들. 어느 날 자신의 일기를 보고 놀라는 것이겠지. 말하는 곳은 여기지만 닿는 곳은 여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거울에 없는 곳. 네가 나를 떠올리지 않는다면 나는 깨어날 수 없겠지.

이전 07화돌려줄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