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아래층에서 온 문자 한 통

by 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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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일상의 평화가 깨지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저희 집 천장에 물이 번지고 있어요.”


아래층에서 온 문자와 함께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천장에는 이미 물자국이 번져 있었다. '이를 어쩌나.'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빌라는 지은 지 40년이 넘었다.
툭하면 새고, 터지고, 문제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이번에도 무사히 지나가겠지’ 하며 마음을 다독인다.


하지만 물이 새는 일은 다르다. 눈에 보이지 않던 틈이 드러나면,
그 틈새로 스며든 불안이 마음 깊숙이 번져버리니까.


집주인은 멀리 지방에 거주한다. 연락이라도 하면 “아, 또 무슨 일이에요? 그냥 알아서 해요.”라는 노골적인 짜증이 수화기 너머로 날아오기 일쑤다.
재개발을 목적으로 사둔 건데 자꾸 지연되고 관리 비용만 발생하니 화가 난 상태다. 그러니 세입자에게 도통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은 모른 척 외면할 수도, 내 선에서 해결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한숨을 내쉴 뿐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언제부턴가 내 마음도 새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살아왔던 건 아닐까.


관계가 새고, 마음이 새고, 돈이 샐 때 뭘 했는가. 허둥대고 어쩔 줄 몰라하며, 근본적인 틈을 살피지 않고 임시방편만 찾지 않았던가.


삶의 모든 틈을 막아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새는 걸 탓하며 주저앉는 대신 그 틈을 메워가며 단단해지는 태도이다. 누수의 틈을 막고 나면 얼룩진 물자국은 마르기 마련이다.


삶의 누수에도 빛, 바람, 그리고 배움이 스며들게 하자. 균열의 틈새가 무너짐이 아닌 성장의 자리가 되도록.


삶은 완벽할 수 없기에 불완전함 속에서 오히려 단단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또한 깨닫는다.

삶은 때때로 새지만, 그 틈을 메워가며 성장하는 인생은 아름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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