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훈련하는 기술

감정을 다스리고 관계를 해독하는 법

by 정성희


사람들 속에 있지만 나만 겉돌고 외로운 느낌, 내가 유난한 걸까.






SE-3cd44c8c-f9bc-48d3-8986-9966c94afe44.png?type=w1 마음도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마음의 기술"이라는 말이 흥미로웠다. 마음이 어떻게 기술이 되지? 마음과 감정은 그냥 저절로 일어나는 거 아냐? 그런데 의외였다. 마음과 감정은 타고난 본능 같은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학습하고 훈련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하긴 뇌의 가소성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 가능할듯도 하다. 우리의 뇌는 평생에 걸쳐 변화하고 재구성될 수 있다니 말이다. 피아노를 배우면 손가락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발달하듯이,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연습을 하면 그와 관련된 뇌 영역도 발달한다. 또한, 명상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뇌를 연구한 하버드 사라 라자르 팀에 의하면, 감정 조절과 관련된 전두엽이 두꺼워졌다고 한다.


말하자면, 마음 다스리기는 추상적인 정신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기술인 것이다.




감정을 다루는 세 단계



연말이 되면 각종 모임이 들썩인다. 나는 이제 모임이 시들하다. 특히 동창회는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느새 끼리끼리 형성된 소그룹들이 있고, 그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것은 쉽지 않다.



첫째, 인식하기. 감정을 통제하는 첫 단계는 자신이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다. 동창회에서 혼자만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면 어떨까. "기분이 안 좋다"가 아니라 "나는 지금 불안을 느끼고 있구나", "이것은 분노가 아니라 서운함이구나"라고 명확히 이름 붙이는 것이다. 감정을 명명하는 순간, 우리는 감정과 자신 사이에 거리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이해하기. 감정의 뿌리를 알아보자. 불안과 분노는 약함이 아니라 생존의 흔적이다. 옛날엔 무리에서 배제되는 게 목숨의 위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동창회에서 소외감을 느껴도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인간 본능의 반응이다. 이걸 이해하면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자기 이해의 관점으로 감정을 바라볼 수 있다.



셋째, 재구성하기. 같은 상황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감정을 일으킨다. 동창회에서 소그룹에 끼지 못했다면, "나는 인기가 없어" 대신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의 관심사가 달라졌을 뿐이야."라고 생각하자. 같은 상황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 이건 현실 왜곡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시각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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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소모의 경제학



어떤 이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끼어들지만 공허함을 느낀다. 또 어떤 이는 구석에 서서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바란다. 집에 돌아오면서 "내가 그 모임에 왜 갔을까, 괜히 기분만 상했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모임은 당신에게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마음의 거리를 느끼고, 위로가 되지 않고, 오히려 감정이 소모된다면 굳이 그런 모임에 갈 필요가 없다. 이건 냉정함이 아니라 성숙함이다.



감정은 배터리처럼 유한하다. 불편한 관계에 쓰면 금세 방전된다. 그리고 이 배터리는 의미 있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 자기 성장에 써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의미 없는 동창회에서 몇 시간을 보내며 감정이 소모되는 것과, 그 시간에 책 읽고 배우고 성장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그냥",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이 관계에서 나는 성장한다", "이 모임은 나에게 마음의 위안과 특정한 가치를 준다"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용기 있게 거절하는 것도 선택이다.




감정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훈련되는 것’이다.



감정 일기 쓰기. 하루 끝에 오늘 느낀 주요 감정들을 적어본다. "오늘 회의 중에 불안을 느꼈다. 내 의견이 무시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감정과 원인을 연결하는 연습을 하면 자신의 패턴을 이해하게 된다.



생각과 감정 분리하기.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는 사실이 아니라 생각이다. 정확히는 "나는 지금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이다. 생각은 뇌가 만들어낸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호흡 활용하기. 깊고 천천히 호흡하는 것은 자율신경계를 진정시킨다. 4초 들이마시고, 7초 참고, 8초에 걸쳐 내쉬는 478 호흡법은 불안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자기 자비 실천하기. 감정 조절에 실패했을 때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대신 "지금 힘든 순간을 겪고 있구나. 누구나 이럴 수 있어"라고 말한다. 자기 자비는 연민과 다르다. 자기 연민은 피해자 의식이지만, 자기 자비는 성장의 자양분이다. 즉 약함이 아니라 회복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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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특권을 의미 있는 삶으로



나이가 든다는 것에는 특권이 있다. 바로 선택의 자유와 지혜다. 젊을 때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외부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운다.


의미 없는 모임을 거절하는 것, 에너지를 소모하는 관계에서 거리를 두는 것은 자기 사랑이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정말 중요한 것에 쓰겠다는 결단이다.


인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우리는 폭보다 깊이를 추구하게 된다. 100명의 얼굴을 아는 것보다 5명과 진정한 연결을 갖는 것이 더 가치 있다. 화려한 이력 경쟁할 필요없이 평온한 마음 유지하는 글 한줄 쓰는 게 낫다.




마음의 기술은 결국 삶의 기술이다. 더 의식적으로, 더 의도적으로,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법이다. 이제껏 관계의 수동적 참여자였다면 능동적 선택자가 되어보자. 시간의 소비자라면 창조자로 살아가고, 감정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기 위한 생각을 멈추지 말아야할 것이다.



올해 연말, 각종 모임 초대장을 받을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자신에게 물어보자. "이 모임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내기에도 바쁜 인생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고, 매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나의 마음은 내가 훈련할 수 있고, 관계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쓸 수 있는 시간 역시 내가 결정한다. 이것이 마음의 기술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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