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모순을 견디는 사람

잘 쓰고 싶은 마음

by 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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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노트를 펼쳐 놓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한 문장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각은 많은데


막상 쓰려고 하면


문장이 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게 무슨 글이라고.”



그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쓰고 싶은 마음과


쓰지 못하는 마음 사이에서


그냥 멈춰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스콧 피츠제럴드의 문장을 읽게 됐습니다.



"최고의 지성이란


서로 상반되는 생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


행동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그 문장을 읽고


곰곰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글을 못 쓴다는 생각들면


아예 쓰지 않았고



잘 써야 하는 거라 생각들면


완벽하게 쓰려고 하다가


결국 시작을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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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콧 피츠제럴드의 문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해도


그래도 계속 쓰면 된다.



그 두 생각을


같이 가지고 있어도 그냥 가면 되는 거 아니겠느냐.





그래서 그날


노트를 열었습니다.



대단한 글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 문장만 써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 문장을 쓰고 나니


다음 문장이 조금 더 쉽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한 줄을 썼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제가 한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이 두 문장을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그래도 나는 오늘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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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나무와 비슷합니다.



겨울의 나무를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잎도 없고


꽃도 없습니다.



하지만 땅속에서는


뿌리가 계속 자라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안에서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도 그렇습니다.



오늘 쓴 글이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 글 하나가


당신의 생각을 조금 더 깊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글을 계속 쓰는 사람은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모순을 견디는 사람입니다.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래도 계속 쓰는 사람.



어쩌면 지성이란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모순을 견디는 힘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 모순을 안고


묵묵히 한 문장을 쓰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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