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13 프리라이팅

04 인쇄

by 우주

22:08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인쇄.


우리 집에는 프린터기가 있다. 고가는 아니고 그냥 저렴한 편에 크기도 크지 않은 거다. 인쇄를 할 일이 있으면 어머니의 노트북을 켜서 느릿느릿 켜지는 문서를 세월아 네월아 기다렸다가 출력한다. 유선으로 연결을 해서 인쇄를 해야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노트북이 필수다. 나는 데스크탑과 아이패드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마지막으로 인쇄를 해본 건 얼마 전에 있었던 편지 쓰기 공모전에서 양식으로 올려 놓은 편지지를 출력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출력하고 보니 그냥 갖고 있는 편지지에 써도 되는 거였나? 아무튼 그거 인쇄하겠다고 낑낑거리며 노트북을 들고 갔었다.


나는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E-book보다도 종이책의 질감과 냄새를 훨씬 더 많이 좋아했다.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핸드폰 타자를 치는 것보다 종이에 펜을 가지고 슥슥 적는 느낌을 더 사랑했다. 그러나 손목이 안 좋아지고나서부터는 디지털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인쇄를 할 일이 이런 공모전이나 공식 서류를 제출할 일이 아니고서는 잘 없다.


나는 물건을 잘 못 버린다. 중고등학생 때 공부했던 프린트물이나 인쇄된 생활기록부가 아직도 내 방에 남아있다. 물건을 못 버리는 나에게 인쇄되어 빛이 바래도 여전히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 종이들은 꼭 살아있는 것 같다. 그때 내가 했던 낙서, 친구와 선생님 몰래 나눴던 대화, 입시를 준비하며 담임 선생님과 생활기록부를 검토하던 기억들이 난다. 그 종이들을 보고 만지고 있으면 그렇다. 그래서 버릴 수가 없다.


아 그리고 옛날에 핸드폰 쓸 때 네이트온이었나? 그걸 누르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듯이 집에서 인쇄할 때 꼭 흑백 설정을 확인한다. 잉크가 떨어지면 난감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잉크를 가는 법을 모른다. 아마 검색해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가 교체해주셨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어머니도 내가 어렸을 때 출판사에서 일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집에 어린이를 위한 책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디지털은 편리하지만 인쇄된 종이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여전히 필요하다. 현금 없는 버스를 볼 때, 키오스크가 생기는 음식점을 볼 때와 같은 기분이랄까. 나는 이제 둘 다 편하지만,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여전히 인쇄된 걸 보시는 게 더 편하신 분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씩 인쇄할 일이 있는 게 반갑다.


22:21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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