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봄
19:16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봄.
오늘은 광복절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생각이 나서 오늘의 주제를 봄으로 정했다. 내게 봄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몇 개 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새소년의 '난춘'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난춘을 들으며 오늘의 프리라이팅을 시작했다.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라는 가사를 좋아한다. 봄에 자살율이 제일 높다고 한다. 혹독하고 추운 겨울을 버티고 나면 날이 풀리고 따뜻해지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이 오히려 그걸 못 견뎌하는 것이다. 나도 봄이 겨울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봄 노래 중에 그 다음으로 생각나는 것은 Lucy의 '개화'이다.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은 노래라서 봄이 되면 난춘과 함께 자주 듣는 노래이다. 또 봄이 되면 듣는 노래가 뭐 있더라. 장범준의 '벚꽃엔딩'은 내가 찾아서 듣지는 않지만 봄만 되면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벚꽃연금 부럽다. 아 쥐어짜내니까 '봄비'도 생각난다. 옛날에 <나는 가수다>에서 박완규가 락 버전으로 불렀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거 좋아했다. 나가수까지 나왔으면 노래는 이쯤에서 그만 생각하는 게 맞겠다.
문학으로 넘어가면 점순이의 "얘, 봄 감자가 맛있단다." 하는 대사도 빼놓을 수 없다. 굵은 감자 세 알에 담긴 은근하지만 분명한 사랑이 풋풋하고 귀여웠다. 먹을 거로 넘어가면 냉이 나물이 생각난다. 냉이에 간장 양념과 밥, 김이면 봄의 맛이 나는 한끼 식사가 가능하다. 나물 중에서는 냉이가 가장 봄나물 같다.
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아니다. 황사도 있고, 날씨가 애매해서 봄옷을 사고 싶다가도 금방 여름이 올 걸 아니까 구매를 망설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수록 한국의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는 바람에 봄이 너무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벚꽃을 보는 건 좋아한다. 꼭 어디 벚꽃 명소를 가는 게 아니더라도, 동네 공원에 가면 벚꽃을 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열리는 작은 벚꽃 축제도 좋아한다. 거기서 파는 회오리 감자를 먹는 게 나와의 약속이었다. 나름 몇 년 째 유지가 되고 있는 행사인데, 학생 때는 거기서 같은 반의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도 우연히 마주치고 그랬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봄이 특별히 기대가 되지 않기 시작했다. 마치 새해가 기다려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막상 봄이 오면 마음이 들뜨는 건 있다. 벌써 올해도 절반이 지났는데, 이번 여름이 무진장 더웠던 만큼 내년의 봄이 조금 더 포근하기를 바란다.
19:36 마침.
(타이머 12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