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창문
10:41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창문.
프리라이팅을 시작하고 나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주제를 어떻게 고르냐는 것이었다. 프리라이팅 선배의 조언에 따라 챗GPT에게 프리라이팅 주제 리스트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AI가 골라준 주제대로 잘 모르겠어도 일단 써보려고 한다. 그리하여 대망의 에이아이표 첫 주제가 창문이다.
'1+1=창문' 이거 혹시 기억하시는 분 계실까? 나 초등학생 때 하던 거 같은데.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네요' 이것도 생각난다. 아이고 무서워 해골바가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1+1에 등호를 길게 위 아래로 붙이면 창문 모양이 되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는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부르는 노래인데 완성하면 해골바가지 그림이 된답니다.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네요' 파트는 해골바가지의 입을 그릴 때 부르는 대목이에요.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조금 더 자란 뒤 고등학생 때의 저를 생각해본다면 그린맨 활동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존댓말로 바뀐 거 같다면 그건 여러분의 착각이 아니에요. 그린맨은 이동 수업 때 교실의 불을 끄고, 창문이 잘 닫혔는지 확인하기도 했어요. 저는 시간적으로 여유를 두고 이동하고 싶은데, 꼭 반에 한 두명은 늦장을 부리다가 종을 칠 때가 다 되어서야 부랴부랴 와서 교과서를 챙겨 나가는 애들이 있었죠. 한번은 한 친구가 종 치기 직전에 와서 미안하다며 허둥지둥 짐을 챙기는데, 문을 잠그려다 말고 동태 눈을 하고서 쳐다보고 있다가 결국 "미안할 일을 안 하면 되잖아?"하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평소에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보니 그 말을 들은 친구의 표정이 당황스러워 보여서 저도 괜한 말을 했나 싶긴 했지만 함께 기다려주던 다른 친구가 빵 터지면서 굳었던 분위기가 오래 가지는 않았답니다. 잘 살고 있니?
최근의 창문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해볼까 해요. 저는 지금 집에 이사를 온 지 약 1년이 되어가는데요. 그 전에 살던 집에서는 동생과 좁은 방 하나를 같이 썼어요. 그렇기 때문에 환기를 원할 때 자주 하지 못해서 좀 답답했었는데, 지금은 저 혼자 방을 쓰기 때문에 언제든지 원할 때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처음 이사 오고 가을에는 환기를 자주 시켰는데, 요즘 며칠간 환기를 언제 했는지 생각해보니 하루밖에 없네요. 창문 밖으로 건너편 아파트에서 뭘 하는지 생각보다 너무 잘 보이는 게 싫더라고요. 그래도 환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창밖에서 단지 내 놀이터에 아이들이 모여 시끄럽게 노는 소리도 가끔 듣다보면 사람 사는 것 같고 그렇거든요. 아, 왜 창문을 안 열게 되었는지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제발 아파트에서 담배 좀 피우지 맙시다. 왜 그러는 거에요 진짜? 안내 방송을 해도 그때 잠시뿐이야. 처음에 이사 오고 자꾸 창문 열어둔 주방에서 담배 냄새가 올라오길래 '이건 방금 피우기 시작한 거 같은데' 싶었을 때 창문 닫으면서 일부러 큰 목소리로 "아오 담배 냄새! 누가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워!" 이런 식으로 소리를 낸 적이 있죠. 그러고 나니까 좀 덜하더라고요. 날이 더우면 집에서 담배를 피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나봅니다. 우리 그러지 말아요.
담배에 대한 분노로 경로를 이탈하긴 했지만 이렇게 랜덤 주제로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재밌다.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그럼 이만!
10:59 마침.
(타이머 13분 30초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