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29 프리라이팅
9:20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빨강.
같은 빨강이라도 사람마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색은 전부 다 다를 것이다. 당장 내 책상 위만 하더라도 여러 종류의 빨강이 있다. 다이소에서 사 온 천원짜리 탁상 휴지통은 물감을 짜면 나올 것 같은 정석의 빨강이다. 나는 곰돌이 푸를 좋아하기 때문에 푸 휴지통을 샀는데, 몸통은 빨강이고 머리는 노랑이다. 그리고 지난 번에 먹고 남은 목감기 시럽이 있는데 이것도 절반은 빨강이다. 앞선 빨강보다 좀 더 밝고 선명하며 쨍하다. 다음으로 다홍에 가까운 빨강이 있다. 이건 언제 받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견과류 봉지다. 같은 빨강의 계열이어도 이토록 차이가 존재한다.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린 빨강은 사람의 몸 속에 흐르는 피의 색이다. 실수로 손을 베거나 넘어졌을 때 종종 보곤 하는 피는 새빨갛다. 익숙해진 것도 모를 만큼 익숙한 나의 손에서 가끔 선명한 피가 보일 때면 순식간에 낯설음을 느낀다. 또한 나는 손목이 좋지 않아 파라핀 치료기를 자주 쓰는데, 손을 다치면 파라핀 치료를 할 수 없기에 작은 핏방울을 보면 신경이 곤두서고 약간의 짜증을 느낀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새어나온 피를 보며 '맞다, 나 살아있었지.' 할 때도 있다. 그만큼 감각적으로 뚜렷한 색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떠올린 빨강은 동그랗고 예쁘게 생긴 사과의 빨강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사과를 깎아주시며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 사과다." 그 말을 자주 들으며 자라서 그런가 사과를 먹는다면 어쩐지 아침에 먹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어머니는 가끔 사과 껍질을 깎아내고 강판에 갈아서 꿀을 조금 섞어 우리에게 건네곤 하셨다. 그러면 어린 나와 동생은 맛있다고 먹었다.
끝으로 생각난 빨강은 장작불의 빨강이다.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유튜브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 몇 시간짜리를 틀어놓고 잔 적이 있다. 빨갛고 따뜻한 불이 타는 이미지에 조용히 타들어가는 소리가 반복되는 것을 듣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영상에 달린 댓글처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 줄 알고 기겁하며 깰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한때 나의 불면을 도와준 고마운 빨강이다.
생각보다 쓸 게 많아서 신기했던 주제 빨강이다. 프리라이팅 주제 스무 개를 우선 뽑아뒀는데, 스무 개가 다 떨어지기 전에 내가 몇 개 뽑아두고 그 안에서 랜덤으로 골라 적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오늘의 프리라이팅을 마친다. 오늘 하루도 힘내보겠다!
9:41 마침.
(타이머 10:50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