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라이팅 23.편지

250901 프리라이팅

by 우주

8:13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편지.


마침 어제 소모임 단톡방에서 펜팔 친구를 구하신다는 글을 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지원했는데, 오늘의 주제가 편지라니 신기하다. 내가 편지 쓰는 걸 좋아한다면 그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내가 편지를 받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나를 생각하며 시간을 내서 내가 읽을 이야기를 적어준 것에 감동한다. 내가 편지를 쓰는 입장에서는, 내 편지를 읽을 상대방이 기뻐할 것을 상상하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는다. 사실 많은 것들을 귀찮아하는 나라서 편지를 쓴다는 일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내 편지의 목적은 확실하지 않은가? '이 편지를 읽고 당신이 기뻐하면 좋겠다. 당신 일상에 작은 행복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대충 쓸 수가 없다. 그런데 또 신기하게 적기 시작하면 할 말이 참 많아진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평소에 하지 못하는 진지한 얘기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게 편지의 매력이다. 평소에 많이 하던 말이더라도 그것이 편지를 통해 전달될 때는 또 의미가 다르다. 그 사람만의 필체로 꾹꾹 눌러쓴 글씨에는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면서 제일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건 애인일 것이다. 특히 애인이 훈련소에 갔을 때는 평일에 핸드폰을 쓸 수가 없었기에 정말 열심히 편지를 썼다. 그때 오랜만에 편지의 매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소중한 사람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편지밖에 없으니 더 애틋했고, 언제 올지 모르는 편지를 기다리다가 어느날 우편함에 꽂혀있는 걸 보면 너무 반가웠다. 편지봉투에 쓰여진 애인의 글씨를 보며 서둘러 집으로 올라가서 조심스레 편지를 꺼내 읽는 건 마치 음식을 먹을 때 맛있는 걸 아껴 뒀다가 먹는 것처럼 즐거웠다. 내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인지 애인도 가끔 시를 써서 보내줬는데, 그 시도 참 귀여웠지만 그걸 적은 사람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행복했다. 내가 보낸 편지에는 사랑한다는 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리 많이 해도 부족한 말이기 때문이다.


제작년이었나 친구의 생일 때 편지를 적어 줬는데 친구가 그걸 읽고 운 적이 있다. 울었다는 말을 들은 거라서 얼마나 어떻게 울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울린 셈이 되었다. 그 얘기를 듣고 울리려던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어서 미안한 한편, 내 진심이 전해졌구나 싶어서 뿌듯하기도 헀다. 진심을 전하려면 문자보다 전화, 전화보다 대면, 대면보다 편지인 것 같다. 주변인들의 생일에 편지를 써줄까 생각하며 이번 프리라이팅을 마친다.


8:31 마침.

(타이머 11:17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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