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2 프리라이팅
10:42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악몽을 꾸곤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 악몽을 꾸지 않게 됐다. 내가 꾸던 악몽은 현실과 분간이 어려웠다. 현실에서 하고 있는 고민을 꿈에서도 하다가 나쁜 일이 일어나는 종류의 꿈을 꿨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에서 깨어나면 잠시 멍을 때리며 이게 진짜로 일어난 일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왜 갑자기 악몽을 계속 꾸게 되었는지 알 수 없듯이 어떤 이유로 악몽을 꾸지 않게 된 건지는 모른다. 그래도 안 꾸는 편이 낫다.
어렸을 때 꿨던 악몽 중에 한동안 기억에 남아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꿈이 있다. 기묘한 밤의 놀이공원에 놀러간 내가 이상하게 소름끼치는 마스코트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불쾌하게 생긴 어린이용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갔는데 아래에서 기다리던 삐에로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삐에로가 특별히 기괴한 분장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밤인데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연출이어서 그랬는지 무섭게 느껴졌다. 원래 더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꿈도 자라면서 점점 잊어서 지금은 기억나는게 이것 뿐이다.
어제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커피도 마시고 신나는 노래도 틀었지만 결국 한 시간 정도 잠에 빠졌다. 어렴풋이 할머니를 만났다.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 그대로,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음성 그대로였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내용은 벌써 휘발되었지만 그때 내가 느낀 다정함은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있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으니 나타나달라'는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가 당사자가 되니까 이젠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후 세계가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할머니께서 지금의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실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할머니가 잠깐 나와 얘기하려고 오신 거면 좋겠다.
꿈을 선택해서 꿀 수 있다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 영화를 고르듯이 꿈을 골라서 꿀 것이다. 나는 공포 영화도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더운 여름날에는 무서운 꿈을 고르고 잘 수도 있다. 기분이 꿀꿀할 때는 유치하고 신나는 꿈을 고르거나, 이때다 싶어 아주 우울한 꿈을 고를 수도 있다. 생각이 많을 때는 단순한 꿈을, 생각이 없을 때는 복잡한 꿈을 고를 거다. 애인이 보고 싶으면 데이트하는 꿈을, 휴식이 필요하면 사람 없는 밝은 숲 속에서 다람쥐를 쫓아다니는 꿈을 꾸고 싶다. 오늘은 조금 힘든 하루를 보낼 예정이라 숲 속 다람쥐 꿈을 꾸면 좋겠다.
11:13 마침.
(타이머 10:44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