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3 프리라이팅
10:59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모서리.
오늘의 주제를 보고 육성으로 "모서리?"가 튀어나왔다. 생각도 못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무엇에 대해 쓸까 잠시 생각을 하는데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책상의 네 모서리 위에 모두 물건이 올라가 있었다. 그게 웃겨서 그것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우선 나에게 가까운 쪽부터 오른쪽 모서리에는 헤드셋이 걸려 있다. 전에 휴대폰 거치대가 있었을 때는 거기에 걸어뒀었는데, 지금은 사라져서 그냥 냅다 모서리에 걸어뒀다. 왼쪽 모서리에는 냉장고에서 꺼내왔기 때문에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 물병이 있다. 아래 수건을 깔아뒀다. 닦고 마시지 않으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 먼 쪽의 모서리에 무엇이 있는지 소개하겠다. 마찬가지로 오른쪽부터 하자면, 이사 왔을 때 책상 배치를 잘못 두는 바람에 앉았을 때 너무 어두워서 샀던 스탠드가 있다. 지금은 어차피 데스크탑을 쓰기 때문에 쓸 일이 거의 없어 사실상 방치된 존재다. 왼쪽 모서리에는 지난번에 한번 얘기한 적 있는 다이소표 곰돌이 푸 탁상용 쓰레기통이 있다.
이렇게만 보면 책상이 굉장히 넓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모니터도 책상에 비해 과분하게 커서 사실 모니터만 둬도 절반 이상은 못 쓰는 셈이다. 그러나 어떻게 이 물건들이 다 올라와 있을 수 있었는가 하면 그건 바로 이 모서리 덕분이었다. 프리라이팅 덕분에 고마운 줄 몰랐던 모서리의 존재가 눈에 들어와서 새로운 기분이다. 또 평소에는 무심하게 넘어갔던 것 중에 눈에 띈 게, 이 책상의 모서리는 둥근 형태라는 것이다. 사용자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제작자에게 새삼 감사하고 이 모서리가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물건들은 그래도 몸이 다 책상 위에 올라와있는데, 헤드셋은 정수리에 닿는 부분만 모서리에 걸쳐서 올라와있다. 그래서 이 모서리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봤다. 사람의 마음도 책상의 형태라면, 가끔 저 헤드셋이 된 기분을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마음의 구석까지 내몰려서 겨우겨우 서 있는 기분 말이다. 물론 이 헤드셋은 내가 저렇게 올려둔 거니까 그걸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하다고 하셔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도 참 기특하지 않은가? 간당간당 버티고 서서 주어진 자리에 남아있으려고 아득바득 기를 쓰고 있는 게 말이다. 한편으로는 넬의 '마음을 잃다'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언제까지 내 안에서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을 건가요 언제 죽어줄 생각인가요' 그 노래 가사에서 화자가 내쫓고 싶었던 상대도 마음의 모서리에 끈덕지게 붙어 있었나보다.
쓸 말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빠르게 적었다. 이게 프리라이팅의 묘미인가 보다.
11:19 마침
(타이머 10:49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