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구석에서 찾아낸 아이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 몸은 이미 어른의 크기로 자라 세상을 헤쳐나가고 있지만, 마음의 핵심부에는 여전히 "나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어쩌지?"라며 겁에 질린 아이가 살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맞추고 앉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하지만 그 아이가 평생을 기다려온 말들을 하나씩 건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남들 눈치 보느라, 집안의 평화를 지키느라, 울음소리를 삼키느라 얼마나 목이 아팠을까. 어른들의 기분을 살피느라 정작 네가 무슨 기분인지는 물어봐 주는 사람이 없었지. 네가 한 일은 당연한 의젓함이 아니라 네 작은 어깨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처절한 사투였다는 걸 이제야 내가 알아줘서 미안해.
아이가 가장 무거워했던 그 '책임감'의 굴레를 벗겨주고 싶었다. 부모님의 다툼도, 차가웠던 집안 공기도, 어른들의 불행도 결코 네 탓이 아니었다고. 너는 그저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아이였을 뿐인데, 세상의 날씨를 너무 일찍 읽어버리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내 안에서 떨고 있는 너에게 약속할게, 이제는 네가 투명 인간이 되지 않아도 돼. 기분이 나쁠 땐 얼굴을 찌푸려도 되고, 힘들 땐 "못 하겠어"라고 투정을 부려도 돼.
내가 너의 엄마 해줄게.
사람들이 너를 오해하거나 세상이 너를 힘들게 할 때, 예전처럼 혼자 숨죽이게 두지 않을게. 내가 너의 보호자인 엄마로서 가장 먼저 네 편이 되어 싸워줄게.
불안이 엄습할 때마다 나는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는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심장 박동이 마치 떨고 있는 아이의 발걸음처럼 느껴질 때, 나는 천천히 심호흡하며 속삭인다.
이 위로는 타인이 건네는 그 어떤 말보다 강력했다. 내 안의 아이가 진정으로 원했던 건 세상의 인정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유일한 증인에게 받는 이해였기 때문이다. 떨림이 잦아든 아이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