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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플레이어

by 최봉기

스타플레이어란 말은 스포츠에서 혼자서 몇 명 몫을 해낼 정도로 기량도 뛰어나고 또한 스타의식이 있어 찬스에 강하며 중요한 때에 자기 몫을 확실히 하여 팀 승리에 크게 기여하는 선수이다. 야구는 최동원, 선동렬, 장효조, 축구는 차범근, 박지성, 농구의 경우 이충희나 허재 등 어느 팀에서나 탐내는 선수이다.


1976년도 박스컵 첫 경기에서 차범근은 대한민국 대표팀이 말레이시아에 4:1로 뒤지는 상황에서 후반에 5분 만에 혼자 세 골을 넣음으로써 진가를 보였다. 그 후 국가대표의 스트라이크로 그라운드를 호령하다 1978년 국내 선수 중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1부 리그에 진출, 11년간 총 308경기에 출전하여 98골을 기록하며 외국인 선수 중 1위를 기록하였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동원은 7전 4선 승제 시합에서 혼자 4승(1패)을 거두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운다. 이 기록은 국내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유례가 없고 앞으로 나오기도 어려운 기록이다. 왜냐하면 단기전은 정규시즌과는 달라 등판 날짜 간 간격이 짧기 때문에 한 투수가 2~3승을 기록하기도 어려운 것이지만 4승이란 기록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시 상대팀 삼성은 정규시즌에 롯데에게 워낙 강해 일부러 패하면서 롯데를 상대로 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판이었다. 그때 간과한 것이 최동원의 연투 능력이었다.


1982년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은 일본과 대결하는데 7회까지 일본 투수의 완벽한 투구에 눌려 안타 하나 기록하지 못하고 에이스 선동열을 내고도 2:0 리드를 당하고 있었다. 당시 경기를 진행했던 아나운서는 너무 경기가 안 풀리자 답답해서 "저 정도로 잘하는 선수가 왜 프로로 가지 못했을까요?"라는 멘터까지 날렸다. 그리고 8회 말 심재원이 첫 안타를 치고 드디어 처음으로 주자가 1루에 나갔는데 다음 선수 대신 대타를 올렸다. 당시 코치는 감독에게 "큰 경기는 담력이 큰 선수가 잘하는데 스타 기질이 있는 선수를 한번 기용해 보지요"라고 하며 스타 기질이 있는 김정수를 불러 "네가 나 대신 친다고 생각하고 한번 쳐 봐라"라고 했는데 2루타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 후 개구리 점프 번트 안타가 나와 타자와 주자가 모두 세이프가 된 후 결국 역전 3점 홈런이 터지며 일본을 꺾고 우승하게 되었다.


스타란 소리를 듣는 선수는 자질도 훌륭하지만 남에게 지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므로 늘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 성실성을 바탕으로 엄청난 노력도 한다. 그리고 자기가 그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 하나로 산다. 따라서 큰 경기를 치를 때일수록 그 기질이 발휘되며 더욱 괄목할만한 플레이를 한다. 따라서 각 팀마다 유망주를 뽑고 키워 팀을 견인해 나갈 스타플레이어를 양성하고자 한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유치하려는 경쟁은 무척 뜨겁다. 특정 선수가 들어오면 우승이 눈앞에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가끔 오만하거나 혹은 독선적이란 얘길 듣기도 한다. 최동원의 경우 간혹 홈런을 허용하는 경우 속으로 "네가 내 볼에 홈런을 쳐? 진짜 네 실력인지 아니면 재수인지 한번 보자"는 식으로 똑같은 볼을 또 던지는 경우가 있다. 1980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대회 결승전에서는 일본 선수에게 홈런을 허용한 후 똑같은 볼을 다음 선수에게 던져 연속 홈런을 얻어맞고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였다.


과거 자신이 스타플레이어였던 지도자는 팀을 스타플레이어 중심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선수 시절 늘 중심에 있었기에 그러할지 모른다. 하지만 뛰어난 지도자 중에는 선수 시절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팀 감독을 맡았던 히딩크가 그러했다. 히딩크가 추구했던 팀 플레이는 일단 기본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 수비가 하나로 펼쳐지는 것이었다. 선수 기용의 경우도 과거 학연 등에 의거한 고정 엔트리 대신 엔트리를 당일 컨디션이나 경기 능력 등에 따라 매번 바꾸는 것이었다. 따라서 모든 선수가 너나없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풍토를 만들었다. 이러한 개선된 팀 운영으로 인해 경기력도 향상되었고 역사상 처음 4강에 진출하는 쾌거도 보였다.


이상 스타플레이어에 관한 요모조모를 살펴보았다. 스타플레이어는 어느 팀에나 꼭 필요한 존재이다. 하지만 가끔은 지나친 자존심으로 인해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평가 자체가 왜곡되어 극과 극으로 치닫기도 한다. 잘했을 때에는 영웅, 그렇지 않을 땐 역적도 되어 버린다.


월드컵 등 중요한 경기를 볼 때 어렵게 찾아온 기회에서 골을 성공시키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못한 선수가 있다. 이럴 때 한몫을 제대로 해낼 줄 아는 선수가 과연 스타플레이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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