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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에 대한 추억

by 최봉기

인간은 어디론가로 이동을 할 때 다양한 교통수단을 강구한다. 지금은 입맛대로 자가용, 대중교통, 기차, 비행기 등 다양한 수단이 있고 가끔은 일부러 건강을 위해 걸어 다니기도 한다. 내가 어린 시절엔 건강과 별 상관없이 늘 걸어 다니거나 기껏 버스를 이용했다. 또한 지금은 이미 사라져 버렸지만 자전거에 모터를 붙인 모터 자전거도 있었고 삼륜차도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현재 베트남에서 출퇴근 시 애용되는 오토바이가 비싼 자가용보다 더 실용적이었던 것 같다. 주차도 용이하고 좁은 길도 빨리 다닐 수 있기에 그러하다.


그 시절엔 자가용을 가진 집이 내가 살던 동네에는 없었고 아랫동네에 딱 한집 있었는데 주차장이 따로 없어 집 앞에 주차해 놓았다. 어릴 적 어느 영화에서는 냇가에 차가 세워져 있는데 비가 쏟아질 때 사람이 차 안에 앉아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던 모습이 마치 저 세상의 일인 듯 대단해 보였다. 이렇듯 자가용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번은 가족들이 이동을 할 때 내가 택시 타고 가자고 떼를 섰더니 아버지가 나만 홀로 두고 형, 동생과 버스에 올라탄 적이 있었다. 나는 땀을 흘리며 30분 정도 걸어 집에 도착했는데 아버지는 빙긋 웃으시며 걷기 교육을 시킨 것이라고 하셨다.


지금은 급할 때가 아니고 또한 가까운 거리라면 걸어서 다니는 경우가 많다. 걷는 것은 운동효과도 있어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광활한 나라의 경우 이동시 걷거나 대중교통에 의존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도시라도 버스가 그리 자주 오지 않고 장을 보러 마트에 갈 경우에도 걸어서 짐을 들고 버스를 탄다는 것은 고역이 따로 없다.


따라서 안전을 고려하여 중고차를 8기 통 대형차로 샀는데 금방 기름이 소모되고 낡은 차라 뻑하면 빨간 불이 들어왔다. 보닛 안에서 연기도 나는가 하면 어떨 땐 시커먼 기름이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결국 2,500달러 주고 산 차를 100달러 받고 폐차장에서 처분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귀국을 하니 집집마다 차 없는 집이 없는 마이카 시대가 열렸다. 한때는 서민들이 월급으로 집을 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차라리 집사는 건 포기하고 자가용이라도 몰며 편하게라도 지내자는 풍조도 있었다.


70년대엔 자가용이란 말을 들으면 입을 떡 벌렸고 자가용이 마치 부의 상징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어지간하면 외제차 정도는 굴리는 세상이다. 이렇듯 세상은 바뀌어가고 편리해지지만 차가 많다 보니 길이 막혀 오히려 차 끌고 다니는 게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할아버지가 사시던 일제강점기 때에는 자전거가 지금의 자동차보다 귀했다는 말이 있다.


만일 한 달 정도 아무도 자가용을 쓰지 않고 걷거나 대중교통만 이용해서 생활하게 한다면 어떨까? 불편이야 하겠지만 나름 걸어 다녀서 운동도 되고 공기 질이나 식욕도 좋아질 뿐 아니라 잠도 잘 오리라 생각된다.


머지않아 전기차나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고 드론으로 하늘을 주행할 날도 올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떠나고 손자가 우리 나이 정도 되면 자가용에 대해 어떤 추억을 떠올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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