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고 동해 방향으로 해운대나 광안리, 남해 방향으로 송도, 다대포가 있다. 바다를 건너면 바로 대마도가 나오고, 시모노세키행 여객선이 상시 운행한다. 부산 외에도 바다를 낀 도시가 여기저기 있다. 포항, 창원 (과거 마산), 속초, 목포, 군산 등. 하지만 해외로의 물류 이동이나 도시 자체의 규모면에서 아직 부산과 비교할만한 해안 도시는 없다. 특히 부산은 천혜의 조건을 가진 항구인데 그 이유는 영도란 섬이 태풍을 막아내어 배들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컨테이너 대부분은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부산에 모여 전 세계로 보내진다.
어릴 적 몇몇이 모여 부산역 근처의 공터에서 축구나 야구를 하였는데 그 주변엔 배가 정박한 부두가 줄을 이었다. 지금은 컨테이너를 기계가 나르지만 과거에는 일일이 사람들이 날랐기에 부산에는 맨몸으로 부두 하역 작업만 해도 생계유지가 가능하여 각지의 사람들이 몰렸고 이로 인해 소비도 꾸준히 이루어지며 장사가 잘 되어 다들 먹고 지내기가 나쁘지 않았고 그중에는 돈벌이로 재미를 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과거 부산의 세대당 월수입은 다른 중소 도시보다 높았다는데 그 이유 가운데에는 선원들이 한 몫하기도 했다. 과거에 배를 타던 사람들은 육지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수입이 더 많았다. 국내는 저임금이었던 반면 선원들은 미국 등 선진국 급여 수준을 따르며 달러로 급여를 받기도 했다. 70년대 중후반 교사 월급이 약 10만 원일 때 갑종 선박 선장을 하던 친구 부친의 급여가 200만 원대였다니 당시 의사나 변호사 수준은 되었을 듯하다. 이렇듯 현금사정이 좋았기에 일식집이나 갈빗집 등 고급 음식점에서 기마이 쓰는 사람도 많았고 현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도시 자체의 에너지가 충만했다.
대구와 같은 내륙 도시와 부산과 같은 해안 도시는 도시의 성격상 차이가 있었다. 내륙은 타 지역 사람들의 왕래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향토성이 강하고 텃세가 세었기에 외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은 정착하기가 힘들기도 했다. 반면 해안 도시는 일본 등 외국과의 교류도 많아 개방적이며 외부의 사람들이 유입되어 정착하기 좋았다. 부산에는 진주 등 서부경남, 호남을 포함 이북과 제주도에서 온 사람까지 모여서 사는데 자신들이 태어난 지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주민들에게 부산은 제2의 고향이 되어 주었다.
부산의 사직야구장에 가면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가 모두 바다랑 관련이 있다. '부산 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바다를 낀 도시 부산 사람들의 마음은 늘 육지를 넘어 바다와 수평선을 향한다. 번잡한 마음을 바다로 옮기면 뱃고동 소리가 들리며 갈매기들이 보이고 조금만 벗어나면 심해와 저 멀리 수평선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와 늘 함께하는 부산은 바다로부터 땅에서만 생활하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넓은 가슴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 내지 도전정신을 가슴에 품고 있는듯하다. 좁은 나라에서 지역색이 강하고 서로 배척하는 풍조가 아직 남아 있다면 더없이 넓은 수평선을 보면서 갈매기처럼 하늘을 날며 자유로울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