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이혼

by 최봉기

연애를 했건 아니면 중매를 통하든

남녀가 결혼을 할 경우 그전에 따로 타고 왔던 배들은 어디론가로 날려 보내고 두 사람이 한 배에 승선하게 된다. 처음엔 신혼의 단꿈에 젖어 직장에서도 서로 전화하고 여자는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올 시간이 되면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평소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는 등 깨가 쏟아진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은 그다지 오래가지만은 않는다. 남자는 직장에서 계속 시달리고 여자는 곧 애도 가지고 식구가 늘며 생활비 부담도 커지게 된다.


애가 좀 성장하면 여자의 안중엔 자녀만 있고 남편은 매달 통장에 생활비를 송금해 주는 존재로 위치가 조정되기도 한다. 남편이 어디 출장 가서 며칠간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할 경우 여자는 자식과 함께 포옹하며 복받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다 상황이 바뀌는 시기가 온다. 자녀는 스물이 되어 애인이 생기면 엄마에게서 저절로 멀어진다. 또한 비슷한 시기가 되면 남자는 다니는 직장을 나오게 되는데 그제야 한 지붕 아래서 따로국밥이던 부부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갑자기 많아진다. 이상의 스토리가 장경동 목사가 TV에서 들려준 말이다. 지금 한국 가정의 단면을 말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해서 이룬 가정에서 신혼들은 달콤한 시간을 보내지만 이런저런 어려움이 하나씩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부부가 별거하는 경우도 있고 더 심한 경우엔 갈라서는 경우도 있다. 각각의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긴 어렵지만 경제적인 이유, 성격적인 이유, 황당한 이유 등 다양하다.


싱글 때 내가 알던 한 여자는 의사란 직업만 나오면 환장을 하였다.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 줄곧 만났던 남자들이 주로 의대생이었다는데 의대생이란 전제하에서 성격이나 가족관계 등을 따졌던 것 같기도 했다. 그 후 나랑 사귀다 나의 당시 사정이 어려워지자 나에게 거짓말을 하며 갑자기 자취를 감췄는데 그 후 들리던 말에 의하면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자기 친구 언니가 소개해 준 인턴이랑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 남자는 편모슬하에서 자라며 모친이 생고생을 하며 어렵게 의대를 나와 의사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손에 물 하나 묻히지 않고 결혼해 집안에 들어온 며느리란 사람이 남편이 갖다 주는 돈으로 외제차나 몰고 쇼핑이나 하고 다니는 걸 지켜보는 시어머니는 계속 속이 메슥거리는지 옮기는 발걸음마다 온갖 잔소리를 퍼붓는 통에 가시방석 같은 생활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나 보다. 우스게 소리로 그녀의 시어머니가 국내의 장수 기록을 넘어 세계 기록에 도전하시길 손 모아 기원해 마지않는다.


결혼해서 애도 낳고 잘 사는 듯 보였던 한 커플이 이혼을 하고 급기야 자살했던 일이 있다. 야구선수 조성민과 탤런트 최진실. 결혼 전 최진실 모친이 두 사람의 사진을 관상 잘 본다는 스님께 보여 줬다는데 스님 왈 서로 맞지 않는다고 했고 결혼시키면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잘못하면 둘 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 남자는 영화배우 같은 외모에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로 날렸는데 그러한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걸 보면 야구 애호가로서 가슴이 무척 아프다. 조성민은 일본에서 최고 대우를 받으며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투수로 잘 나갔건만 올스타전에서 어깨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코치가 억지로 투구하라고 해서 나갔다가 어깨가 망가지며 인생 자체가 망가지게 된 것이었다. 만일 그런 사고가 없었다면 둘은 잘 살았을까? 이런 걸 보고 밥 딜런이 불렀던 노래가 Blowing in the wind (바람만이 아는 대답)인 듯하다.


나의 경우도 그러하지만 남녀관계에는 인연이란 게 있나 보다. 결혼의 경우에도 내가 온갖 열정을 가지고 하려 했던 일은 비웃기라도 하듯이 사람을 바보가 되게 하고 반대로 되려 하는 일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니 결혼이든 남녀관계든 인력으로 될 일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결혼한 남녀가 자식을 낳고 천수를 누리며 손주들까지로부터도 효도를 받으며 살던 과거의 일은 인제 TV의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현재의 각박함이 금방 치유되고 제자리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결혼해서 서로 끝까지 믿고 의지하며 사는 부부가 많길 기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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