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곧 환갑을 앞둔 유부남이고 현재 결혼한 지 만 26년이 된 남자이다. 슬하에 졸업을 눈앞에 둔 아들과 대학입시로 바쁜 딸을 두고 있다. 지금껏 나 자신의 삶을 회고해 볼 때 20대 때가 그전이나 후에 비해 어려운 시기였다고 느껴진다. 그 이유는 첫째는 전공, 둘째는 이성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는데 대학원에서 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꾸며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또한 이성 관계는 군 복무란 걸림돌에다 연애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해 여자를 만나 가볍게 자연스럽게 지내면 될 것을 몸에 갑자기 힘이 들어가고 부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결혼을 의식했기에 그러하였다. 그럼 최소한 연애와 결혼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연애와 결혼의 애매한(?) 관계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결혼 전 교제를 일정 기간 해온 사람들의 경우 결혼 시점에서 연애는 일단 끝이 난다. 연애할 때처럼 결혼생활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실은 영화나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면 연애 때 사랑과 결혼 후 사랑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한번 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애는 어느 정도 호감만 생기면 상대를 부담 없이 정할 수 있고 그 상대와 결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므로 혹 싫증이 나면 상대를 바꿀 수도 있다. 흔하진 않지만 어떤 욕심쟁이들은 표 내지 않고 여러 상대를 동시에 만나는 양다리 내지 문어다리를 하다 들통나서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반면 결혼은 차원이 조금 다르다. 결혼 후 상대를 쉬이 바꾸거나 여러 상대와 살림을 차리거나 할 경우에는 법적 혹은 도의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며 사회생활에도 큰 지장을 초래한다. 특히 자식이 있을 경우 문제가 좀 더 복잡해지기도 한다.
미래의 배우자와 오랜 기간 연애를 했다고 결혼생활이 성공적이고 연애한 기간이 짧다고 결혼 생활이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혹자는 결혼을 중고차 사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잘 고르면 고장이 적고 잘 못 고르면 주행 중 빨간 불이 들어오는 일이 많다고 한다. 어떨 때는 차를 나름 잘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처럼 판단이 쉽지 않다. 그 이유가 중고차의 경우 그전 사용자가 얼마나 정비를 잘했으며 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운전을 했느냐인데 그걸 증명할 문서나 데이터가 없어 명확히 알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또한 결혼은 각각 개성과 취향 및 성장과정이 다른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므로 각 개인이 완벽할지라도 둘의 합 자체가 그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찌 보면 각각이 따로 완벽할수록 합쳐질 때 균열은 더 커질 수도 있다. 탁월한 성악가가 합창을 할 경우라도 소리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으면 독창도 아니고 합창도 아닌 괴성이 나올 수 있다.
연애에 재주가 있어 연애 때 상대의 마음을 휘저으며 꼬시는 재능이 탁월한 사람도 결혼 후 배우자의 마음까지 쥐락펴락할 수 있는지, 아니면 연애에 재주가 없어 이성 앞에서는 말도 잘 못했던 사람들은 결혼생활도 잘 못하는 건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어찌 보면 반대일 수도 있다. 연애와 결혼은 차원이 다른 경우이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을 하면 일단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게 되어 싱글 때의 스타일이 결혼 후 생활에 나름 영향이야 미치겠지만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단 결혼한 후에도 싱글 때처럼 괜찮다 싶은 상대만 보면 작업을 거는 사람들은 결혼 후 삶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결혼 후 불행해지는 경우를 보면 애정이 없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호감이나 사랑도 없이 조건만 맞춰 식을 올리고 법적으로 부부가 되어 한 집에서 사는 경우이다. 연애를 통해 결혼한 경우라면 최소한 이런 위험은 피할 수 있다. 결혼은 언제나 다른 상대로 바꿔치기할 수 있는 연애와는 다른 사회적 책임이 부여된 법적 계약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변치 않는 애정과 이해심이 없다면 한평생을 같이 하긴 어렵다. 그건 의무감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 그렇게 유머러스하고 다정다감했던 사람이 결혼한 후에 권위적이 되고 자기만 아는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고 싱글 땐 목석같던 사람이 결혼 후 가정에 충실하고 책임 있는 가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기 버릇 남 못준다고 결혼 후에도 싱글 때처럼 양다리에 문어다리를 걸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결혼 전엔 일만 알던 사람이 결혼 후엔 늦바람이 나서 계속 겉도는 생활을 하는 등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연애와 결혼에 관한 나의 경험 및 살면서 알게 된 결혼 관련한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30여 년 전 나온 영화 최민수, 심혜진 주연 '결혼 이야기'에는 신혼 때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결국 이혼 직전까지 간 걸로 기억이 나는데 끝부분이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젊을 때 뜨겁게 사랑하고 둘이 합쳐 살기 시작하면 그전에 잘 모르던 상대방의 감춰진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자식이 생기면 여자는 자식에게 관심이 쏠리고 남자는 바쁘게 살면서 한집에 사는 부부가 마음은 따로 가기도 한다고 한다. 결혼 후 생기는 일과 간혹은 파탄 나는 것까지 '결혼과 이혼'에서 다뤄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