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의 전쟁

by 최봉기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사는 게 인간의 삶인데 그 관계라는 게 어떨 땐 더없이 좋지만 갈등이 생길 땐 무척 난감해진다. 갈등이 생길 경우 그 대상을 안 보고 지낼 수 있다면 갈등 자체가 해소될지 모른다. 하지만 가족관계나 직장에서 그리되기가 쉽지는 않다. 갈등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말 중 한때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서 TV 드라마에 단골 메뉴가 되었던 것이 '고부간 갈등'이었다. 그때는 여유롭지도 못했고 전통적인 가풍도 남아 있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한 지붕 아래 사는 경우가 있었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댁 어른과 함께 생활할 경우 불편하고 매일 세끼 식사까지 챙겨야 하니 가사의 부담도 커 장남과 결혼을 꺼리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노부모는 어련히 따로 사는 법이라도 생겼는지 고부가 잡안 대소사나 명절 이외에는 볼 일이 없어짐에 따라 고부간 갈등도 사라졌다. 하지만 고부가 함께 살지 않으면 안 될 경우라면 매정하게 돌아서기보단 기꺼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이와 유사한 갈등이 자식이 좋아하는 상대와 결혼하고자 하는데 부모가 반대할 때 생기는 갈등이다. 사돈 될 집의 집안이 별로이거나 딸이 장남과 결혼할 경우 혹은 홀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경우 등이다. 자기 가정은 어디 내어도 손색이 없고 재력도 있는데 상대편이 초라할 경우라면 선뜻 결혼을 승낙하기도 쉽지는 않다. 이런 경우 결혼식장에서 누군가의 입으로부터 "손해 봤다"는 말도 나온다. 부모는 자식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하겠지만 결국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조건이 좋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또한 아니다. 따라서 자식이 진정 사랑하는 경우라면 부모도 자식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결혼의 당사자는 부모가 아닌 자식이며 부모가 자식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것이다.


결혼과 관련한 또 하나의 갈등이 있다. 결혼 전 맘에 드는 상대가 있는데 상대는 자신을 썩 맘에 들어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 경우 다른 누군가를 좋아해 버리고 정리해 버리면 된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무를 자르듯이 잘리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순수한 동기로 한번 마음이 가버린 사람은 계속 마음속에 머물게 된다. 이런 경우엔 우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며 자신은 어떠한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진정 인간성이나 진실성보다 전문직에 고액 연봉이라면 그런 상대는 굳이 연연하지 않고 과감히 떨쳐버리는 것도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결혼은 인간과 하는 것이지 직업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 가족관계나 결혼 관련 갈등 상황에 대해 살펴보았다.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해결책은 과연 있는 것일까? 싫은 사람은 안 보는 게 방법이지만 갈등이 있다고 배우자나 시댁 혹은 처갓집을 계속 등지고 살 수는 없다. 이혼할 용기로 한평생 자신의 배우자를 위해 살아온 시댁 혹은 처갓집 어른들을 품을 수 있다면 갈등도 극복되는 것 아닐까? 나는 딸만 셋 있는 집의 맏사위로 장인 장모를 꽤 오랜 기간 동안 모셔 본 적이 있다. 집에서 나의 개인적인 자유가 제한되고 내 집이 아닌 마치 남의 집에 사는듯한 느낌이 생기기도 하였다. 과거 생활이 빡빡했던 시절엔 너나 나나 좋건 싫건 웃으며 하던 일을 이제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것은 과연 세상이 바뀐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바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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