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상 모계사회가 있었다곤 하지만 지금까지 세상은 남자 중심으로 되어온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여자들은 제도적인 교육에서 제외되었고 남존여비 사상에 근거하여 여성에게는 독립적인 인격이나 법적인 권리가 부여되지 않았다. 그러다 19세기 후반부터 문호가 개방되며 여성에게도 사회참여와 교육기회가 크게 확대되었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은 사회생활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일부 가정에서는 계집아이들을 학교 대신 권번(기생 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있었고 여성들은 일단 결혼과 동시에 친정을 떠나 혹독한 시집살이란 걸 하였다. 시 댁에서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댁의 식사에서부터 설거지에 빨래 등 온갖 가사를 다 챙기고 시댁 식구 눈치 보랴, 애 키우랴 매일 반복적인 가사에 시달렸다.
그러다 세상이 바뀌어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진출 시엔 남자에 비해 불리한 점도 있었던 건 사실이다. 분야별로 다르긴 하지만 의사, 약사, 회계사, 판검사나 변호사를 비롯 교수나 교사의 경우는 비교적 남자랑 차별은 적었겠지만 일반 직장의 경우 여성의 채용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던 것도 사실. 출산 시의 공백, 육아나 가사 등으로 회사일에 전념하기가 암만해도 쉽지 않고 특히 경력이 좀 붙을 때가 되면 가정을 돌보기 위해 퇴직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러하다.
내가 어린 시절 친구 어머니들은 대부분 전업주부였는데 간혹 직장을 나가는 분이 계셨다. 한 예는 부부가 교사였던 경우. 어머니가 약사였던 경우도 있었는데 집의 1층이 약국, 2층은 가정집으로 어머니는 1층과 2층을 오르락내리락하셨다. 그 외엔 어머니가 식당 혹은 가게를 하는 경우 정도였다. 이러한 경우를 보아도 70년대 여성의 사회참여는 일부에 불과하였고 제한적이었는데 지금 주변 친구들의 배우자를 보면 교사, 대학교수, 약사, 의사, 공인중개사, 개인사업자 등으로 직업군이 훨씬 다양하다.
현재는 과거와 비교해서 이혼율이 높아지고 자녀 없이 사는 부부(DINK족)도 많아진 걸 보면 여성들의 교육 수준 및 전문성이 향상되고 이로 인해 사회생활 참여가 높은 것과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이혼을 해도 여자가 직업이 있기에 자신의 생계는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이고, 자녀가 있을 경우 사회생활에 제약이 생기기에 낳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과거에는 집에서 배우자를 구타하는 가장이 지금보단 많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혼이 적었던 건 어찌 보면 얻어맞고 지내는 것이 이혼녀로 사는 것보단 나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혹 가정 폭력이 발생할 경우 경찰이 벨을 누르고 폭력 행사자는 격리 처분을 받기까지 하니 구타 분위기 조성도 어려워지긴 했다.
세상이 바뀌어서 그런지 여성 중에서는 복싱이나 격투기 등 과격한 스포츠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독종이라면 남자 둘셋 정도는 우습게 혼내리라 보인다. 여성 국회의원도 있고 여성 대통령도 있다. 앞으로 남자들이 놀랄만한 어떤 신종 여성 직업이 나올지도 궁금하다.
'맞벌이'란 말 외에 신종어로 '덪벌이'란 말이 있다. 여자는 전문직이라 정년 없이 계속 일하는데 남자가 직장을 다니다 퇴직을 할 경우 여자에게 더부살이를 하게 되는 경우이다. 과거 하늘과 같던 가장으로서 남성의 권위는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다. 까딱 잘 못 하다간 가사노동에 전념하는 남성의 수가 증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