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 유년과 청소년기에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한다. 그 후 졸업을 하고 저마다 선택한 진로에 따라 삶의 궤도가 달라지게 된다. 학문을 하는 학자의 길, 사업가의 길, 관료의 길 등 다양한 진로가 기다린다. 학창 시절 때엔 대부분의 관심이 공부와 성적, 석차에 모아지지만 사회생활은 학교와는 차이가 있다. 학교에서는 두뇌와 노력만으로 승패가 거의 좌우되지만 사회생활은 시험성적이 아닌 성과에 따라 평가를 받는데 이를 위해서는 두뇌와 노력 외에도 인성과 상하좌우의 인간관계에다 상황별 판단력이 요구되는데 그 밑바탕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처세술'이다. 처세술이란 주변의 판세를 읽는 감각, 주요 의사결정자의 의중 파악 등 제반 판단능력인데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고 삶 속에서 체득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천한 지위에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세상의 판세를 읽으며 영향력이 커질 사람들과의 특별한 인연을 연출하며 출세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부류들은 야심만으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추구하다가 스스로 부덕함의 한계를 노출하며 명예롭지 못한 종말을 맞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선시대 한명회는 개성의 경덕궁 직을 지내다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되는 계유정난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며 권력 상층부로 도약하였고 우의정, 영의정 등 최고의 관직을 독차지하였다. 또한 두 딸을 예종, 성종과 혼인시키며 왕의 장인으로도 행세하며 세상을 호령하였다. 또 한 명의 처세가 유자광은 무오사화를 일으켰던 장본인으로 연산군의 눈에 들면서 미약했던 자신의 신분을 한순간 급상승시켰던 인물인데 한명회와 더불어 생의 말년에는 쫓겨나 귀양살이를 하며 몰락했다.
조선 말기에 일본이 조선을 손에 쥐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이완용의 경우도 뛰어난 두뇌와 정치감각으로 시대의 판세를 예리하게 읽으며 러시아가 강할 때엔 친러, 일본이 강할 땐 친일로 옷을 갈아입고 일본이 주는 온갖 혜택을 누렸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의 후손들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정체가 노출되는 것을 누구보다 두려워하리라 보인다. 아마도 그 후손 중 일부는 국적까지 바꾸며 뛰어난 두뇌로 남들이 부러워할 생활을 하며 자신들을 위해 작곡된 유행가를 목놓아 부를 것 같다. ♪세상은 요지경~♪, ♬ 배 아프면 출세를 해라~♪
이상 세명의 처세가 들은 역사의 오점을 남긴 인물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처세술이란 것이 꼭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경쟁을 하며 주어진 정보나 인맥을 바탕으로 판세를 읽고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 자체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인맥을 통해 인간관계를 좋게 해 나가고 특히 윗사람의 눈에 들어 관심을 받는 것도 사회생활의 중요한 능력이 될 수 있다. 돌부처처럼 주어진 일만 할 경우 성실한 사람이라 하겠지만 유능한 사람이란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에서는 열등생이고 학교의 열등생이 사회에서는 우등생이란 말이 있다. 학교 때 성적이 좋았던 사람은 사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새로운 차원의 과외수업이 필요하지 않을까?